김덕만 박사(정치학) /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청렴윤리연구원장

김덕만 박사
김덕만 박사

국제적으로 국가별 청렴 수준을 매년 평가하는 비정부기구(NGO)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소재한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바로 그 곳입니다. 1993년 피터 아이겐이 설립했습니다. 피터 아이겐은 세계은행(IBRD)의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경제개발 프로그램 관리자로 근무하던 중 부패가 후진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퇴직하면서 이 조직을 창설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추진하는 가장 큰 사업은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 생산입니다. 이 지수는 주로 기업가와 금융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식을 설문형태 등으로 산출됩니다. 해당국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어느 정도 부패한가를 알아보는 데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 부패수준과 경쟁력

부패인식지수는 부패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독일 괴팅겐대학교의 요한 람스도르프 교수와 국제투명성기구가 공동 개발하여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백여 국가에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해 1월 발표된 2020년 부패인식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별 청렴수준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지수는 기본적으로 1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도가 낮은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서는 국가청렴도로 불리기도 하는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70점대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하며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평가 대상 180여개 국 3분의 2는 50점 이하입니다. 전체 평균 점수는 43점을 기록했습니다.

대륙별로 보면 서유럽과 유럽연합의 평균 점수는 66점인 반면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은 45점이었습니다. 아메리카는 43점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39점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는 36점 사하라사막 이하 아프리카지역의 점수는 32점이었습니다.

최상위권 나라별로 보면 덴마크·뉴질랜드가 88점으로 공동 1위에 랭크됐습니다. 핀란드·싱가포르·스웨덴·스위스가 85점으로 공동 3위입니다. 노르웨이(82점)는 7위, 네덜란드(82점) 8위, 독일·룩셈부르크가 80점으로 공동 9위를 차지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국들이 청렴선진국임을 보여줍니다.
 

■ 행복지수와 부패지수

섬나라 호주(77점)는 캐나다·홍콩·영국과 함께 11위에 올랐습니다. 이웃 일본(74점)은 이전보다 한 계단 하락한 19위, 미국(67점)은 전년보다 한 계단 내려간 25위로 지난 9년동안 최저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대만은 28위였습니다. 청렴도 1위국 뉴질랜드를 포함해 섬나라들이 청렴도 상위원의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40위권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해충돌방지 노력과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부정청탁금지법 시행(2016년 9월) 이후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해 61점까지 상승하면서 33위에 랭크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점수가 70점 이상으로 공히 1인당 국민소득(GDP)이 4만달러에 달합니다. 한국은 OECD회원국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대로 진입하려면 부패인식지수가 10점 이상 개선돼 70점이 돼야 한다는 KDI의 연구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 경제학과 부패학의 상관성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3위) 일본(19위) 부탄(24위) 대만(28위) 카타르(30위) 한국(33위) 이스라엘·부루나이(35위) 중국(78위)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부패인식지수를 산출하는 원천자료 중에서 공직사회 부패와 관련된 자료들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정치부문 일상의 경제활동 등에서는 개선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61위였던 말레이시아는 61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고 다소 개선되어 57위에 올랐습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은 순위 100위권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한편 최하위권에는 소말리아·남수단은 12점으로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시리아 178위 예멘·베네수엘라 176위를 각각 기록한 반면에, 북한은 170위를 나타냈습니다.

분석결과 우리나라는 정치와 기업분야의 투명성이 제고되면 국민행복지수와 국민소득도 높아져 진정한 청렴선진국이 된다는 것입니다. 부패를 걷어내야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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