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四季] 시인의 목소리 / 최양순
[詩의 四季] 시인의 목소리 / 최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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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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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 문선정 시인
시의 사계

시인의 목소리 / 최양순

엄마!
구름이 물속으로 들어갔어요
하늘이 땅으로 이사 왔나 봐요
우리가 아린이네 옆으로 이사 온 것처럼요

시인 모임에 가던 중 들은
이 한 편의 시 같은 아이의 음성

물웅덩이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 옆에 앉아
땅으로 이사 온 하늘을 읽었습니다
아이의 음성 따라
구름이 동당동당 흐릅니다

병아리처럼 예쁜 꼬마시인
이웃에 삽니다

최양순 시집 『흐르는 강물도 담이 든다』중에서(2020년)

 

문선정 시인
문선정 시인

[시 평설 - 문선정] 꼬마 시인과 어른 시인이 나란히 앉아 물에 비친 구름을 감상하는 시다. 
보이는 모든 것과 모든 들리는 소리를 시적 소재로 끌어들인 시인은 뭉게구름처럼 동당동당 흐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동시로도 읽혀지는 이 시는 2019년 개봉한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를 다시 보는 것처럼 매력적이다. “지미, 문득 시가 떠오르면 너는 읊고 난 받아 적는 거야” 영화 속에서 유치원 교사인 ‘리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다섯 살 원생 ‘지미’가 중얼거리는 문장을 자신의 시로 옮기는 영화의 장면 같기도 하다. 

어른이라면 무심히 지나갈 물웅덩이에 비친 자연현상이 마치 구름의 비밀을 폭로하듯 청량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던 길도 멈추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물속 하늘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시인의 몫이다. 동시에 병아리처럼 예쁜 꼬마시인과 이웃이 된 어른 시인이 더 으쓱해지는 시의 말미도 산뜻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아이들이 구사하는 말을 놓치지 말라 했다. 비누방울처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아이의 말속에 놓치기 쉬운 아슬아슬한 언어의 팔다리가 있고 언어의 숨은 호흡이 숨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읽으면 저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이사 온 구름의 심리를 자신과 연결 지은 건 아닐까. 저곳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털어놓은 건가 싶어 뭉클해지기도 했지만, 그러나 아이에게 이런 계산이 있을 리 없다. 그저 물속에서 동동 피어난 구름이 신기한 꼬마시인은 옆집 아린이를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의 부푼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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