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실습 중심의 체계적 교육으로 사고 예방해야
- '어린이 자전거 운전 면허증' 발급 제도 필요
- '교육과 문화' 중심의 자전거 정책이 필요한 때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뉴스티앤티 DB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건강과 여가를 위한 도구이자 학생들의 통학 수단과 시민들의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이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는 계속되고, 도로 위 자전거의 정체성 또한 여전히 모호하다. 이러한 문제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바라보고, 운행에 필요한 규칙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본처럼 어릴 때부터 실습 중심의 자전거 교육을 정식 제도로 도입해야 할 때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나라이다. 대도시의 역세권에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고, 지방 도시에서는 초등학생부터 고령자까지 자전거를 일상생활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문화의 기반에는 도로 설계와 보행자-차량-자전거의 공존을 고려한 인프라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자전거 안전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자전거 교육은 단순한 ‘안전 캠페인’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진행되는 실기 중심의 교통안전 훈련이다. 일본 초등학교 자전거 교육의 구체적인 구성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년별 단계적 교육(초3~초6 중심)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통안전’ 단원에서 자전거를 도로상의 차량으로 규정하는 법적 지위를 학습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제 주행 훈련 시간 비중을 확대한다.

둘째, 모의 도로 코스에서의 실습 교육이다. 일본 자치단체는 학교 운동장에 실제 도로와 유사한 ‘교통안전 모의 코스’를 설치한다. 여기에는 차선 및 자전거 전용차로 표시·횡단보도 및 신호등·회전 교차로·일시정지선·우선도로 표시·경사 구간·좁은 도로·보도가 없는 도로 등 다양한 조건을 표시한다. 학생들은 이 코스를 자전거로 직접 주행하며 훈련한다.

셋째, 실제 주행 동작 훈련이다. ▲ 출발 전 후방 확인(‘목돌림 체크’) ▲ 손을 이용한 좌·우 방향지시 신호 ▲ 일시정지 및 우선순위 판단 ▲ 교차로 우회전·좌회전 요령 ▲ 좁은 길에서의 감속 주행 ▲ 보행자 발견 시 감속 또는 정지 등을 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교통흐름을 읽고, 타인을 배려하는 판단력을 기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넷째, 자전거 점검(‘브레이크·바퀴·벨’ 3대 기본 점검)교육을 실시한다. 일본은 자전거를 탈 때 ▲ 브레이크 작동 여부 ▲ 바퀴 공기압 및 체인 상태 ▲ 라이트·벨·반사판 작동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게 한다. 학생들이 직접 점검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섯째, 헬멧 착용 및 보호장비 교육이다. 헬멧은 법적 착용 의무가 있는 지역이 많으며, 학교에서도 ‘착용 점검’을 실시한다. 헬멧 올바른 착용법(손가락 두 개 들어갈 정도의 턱끈 간격)을 실제로 실습한다.

여섯째, 지역 경찰서·교통안전협회와의 협력 교육이다. 경찰관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사고 사례, 도로에서의 위험 상황을 설명한다. 자전거 교통안전 지도 자격을 가진 민간 자원봉사자도 교육에 참여한다. 학부모 대상 연수도 진행되어 가정에서의 안전 지도까지 연계된다.

일곱째, ‘어린이 자전거 운전면허증’ 발급 제도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 자전거 면허증’을 발급한다. 이때 ▲ 기본 조작 능력 ▲ 교통 신호 및 표지판 이해 ▲ 코스 주행 기술 ▲ 위험 상황 대처 능력 등을 확인한다. 이 수료증을 받은 학생은 학교·가정·지역사회에서도 ‘규칙을 지키는 자전거 사용자’로 인정받는다.

한국이 일본 모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사고 예방 효과다. 일본은 체계적 교육 정착 이후 어린이 자전거 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둘째, 시민의식 향상이다. 자전거가 놀이가 아닌 ‘교통’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셋째, 환경·건강 증진이다. 안전한 자전거 이용 문화는 차량 의존도를 낮추고, 도시 환경을 개선시킨다.

그렇다면, 한국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첫째,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실습형 자전거 교육을 포함시키는 일이다. 둘째, 지역 경찰·지자체·교육청의 협력체계 구축이다. 셋째, 일본식 모의 도로 코스 전국 단위 조성이다. 넷째, 자전거 점검 교육 및 ‘어린이 자전거 면허제’를 공식 도입이다. 다섯째,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안전생태계 구축이다.

자전거 교육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교통안전·시민의식·환경 감수성을 동시에 높이는 미래형 교육이다. 일본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는 자전거 도로 확충을 넘어 ‘교육과 문화’ 중심의 자전거 정책이 필요한 때다.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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