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교육학박사(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
-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 제로(Net Zero)를 지향하는 것
- 예산과 제도 동원보다 사람의 인식과 생활습관이 중요
- 탄소중립 교육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희망의 교육

기후변화는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폭염과 폭우·가뭄과 산불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탄소 배출 제로(Net Zero)’를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인식과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과 제도를 동원해도 진정한 탄소중립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탄소중립 교육’의 중요성이 빛난다.
탄소중립 교육은 단순히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실천적 삶의 태도를 배우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다. 즉, ‘환경 감수성을 지닌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가정과 마을, 사회로 확산시킬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학교는 탄소중립 교육의 출발점이다. 교과 수업에서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에너지 절약, 재활용의 중요성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체험 중심의 실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 시간에는 온실가스의 특성·사회 시간에는 국제사회의 기후 협약·도덕 시간에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다룰 수 있다. 또한 학교 전체가 참여하는 ‘탄소중립 실천 주간’을 운영하여 불 끄기·잔반 줄이기·텀블러 사용·나무 심기 등 생활 속 실천을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이 쌓여 ‘에코스쿨(eco-school)’ 문화를 조성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을과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지역 주민센터·환경단체·기업이 학교와 협력하여 탄소중립 교육을 지원하고, 마을 단위의 실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 마을 만들기’ / ‘1가정 1나무 심기 / ‘플라스틱 없는 상점 운영’과 같은 캠페인은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배우게 된다.
기업의 참여 또한 중요하다. 기업이 학교와 연계하여 ‘탄소중립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학생들은 친환경 기술과 지속 가능한 산업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는 미래 녹색 인재를 길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시에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실천 기회를 얻게 되며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봉사활동 차원에서도 탄소중립 실천은 가능하다. 지역 해변 정화활동·쓰레기 줄이기 캠페인·나무 가꾸기 운동 등은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한다. 학교·마을·기업이 손을 맞잡고 이러한 활동을 정례화한다면 지역 전체가 하나의 ‘탄소중립 학습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탄소중립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작은 실천이 가정으로, 마을로, 사회로 이어질 때 비로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이 불필요한 전기를 끄고, 부모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며,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이 모든 행동이 모여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교육은 변화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탄소중립 교육은 단순히 환경보호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교육이다. 학교가 앞장서고, 마을이 함께하며, 기업이 동참할 때 탄소중립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작은 실천이 모여 지구의 내일을 지킨다.
탄소중립 교육, 다 함께 나서자!
* 조영종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교육환경운동가·전 한국 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전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전 천안오성고 교장·전 천안부성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