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 뉴스티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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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가 '건강'과 '수면 관리'를 이유로 일상에 깊이 들어왔다. 이제 소비자는 카페인 각성효과보다 심박, 불면, 불안 등 부작용을 피하려 커피를 찾는다. 시장의 흐름을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디카페인' 표기에 대한 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핵심은 '얼마나 제거했느냐'에서 '얼마나 남아 있느냐'로 전환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커피 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일 때만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고, 매장 간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고시는 내년 3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현재는 카페인 90% 제거만으로 '디카페인' 표기가 가능해, 원두 종류에 따라 잔류 카페인량이 크게 달랐다. 실제 프랜차이즈 주요 매장의 기본 사이즈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비교하면 카페인 함량이 최소 2.3mg에서 최대 26mg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이름의 음료라도 '밤에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소비자 경험이 생기는 이유다.

시장 확장 속도는 가파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2018년 1,700톤대에서 2023년 6,500톤을 넘어섰고, 올해는 7,000톤을 돌파했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음료 판매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기존 스테디셀러를 제쳤고, 투썸플레이스 등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RTD(Ready To Drink) 커피, 스틱커피 등 가정용 제품으로의 확산도 뚜렷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 강화로 매장 간 함량 편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새 기준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브랜드별 함량 정보가 달라, 카페인 민감 체질이라면 매장별 수치를 확인하는 보수적 소비가 여전히 필요하다.

프리미엄 비용, 또 하나의 수입 의존 구조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원두보다 30~50%가량 비싸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가공 과정이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위스워터, CO₂ 추출 등 기술을 가진 설비는 북미·유럽에 집중돼 있고, 국내에는 상업용 탈카페인 설비가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해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해외에서 탈카페인 원두를 수입하고, 환율과 물류비가 그대로 원가에 반영된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음료가 결국 '수입 프리미엄'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국내 디카페인 공정이 구축되지 않으면 가격 안정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디카페인' 이름만 남는 사각지대

이번 개정으로 '진짜 디카페인' 기준은 강화되지만, 제도상 빈틈도 존재한다. 커피 음료가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된 제품은 잔류 카페인 표시 의무가 없다. 편의점 RTD 제품 중 일부는 '디카페인 커피향 음료'로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는 카페인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식품공전상 '커피류' 정의에 포함되지 않으면 새 고시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는 '디카페인'이라는 단어만 보고 실제 함량을 오인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음료 분류 체계와 라벨링 기준까지 정비가 필요하다.

업계는 이번 제도 정비를 "웰니스 소비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잔류량 기준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정의 안전성, 가격의 투명성, 표시의 정직성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지 않는다면 '무늬만 디카페인'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디카페인 시장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건강·산업·정책이 맞물린 구조로 진입했다.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길은 기술과 제도가 함께 투명해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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