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태섭(초선, 서울 강서갑) 의원이 지난 12일 경선에서 패배하며 2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조국 사태’가 전국을 강타할 때 더불어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 의견을 표시한 금 의원에 대해 일찍부터 21대 총선 공천이 어렵겠다는 주변의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은 금 의원에 대해 컷오프라는 공천 배제를 단행하지 않고, 경선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으나, 지역민이나 당원들에게도 낯선 이름인 강선우 전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에게 패배하자 당 내·외에서는 ‘조국 사태’로 미운털이 박힌 금 의원의 공천 탈락을 위해 친문진영의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표적공천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YS에게 패배한 DJ가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1995년 7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민주당 의원들 중 故 노무현 대통령·김원기 전 국회의장·이기택 전 의원·이철 전 의원·제정구 전 의원·유인태 전 의원 등이 DJ의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반발하며, 당 잔류를 선언해 일명 꼬마민주당이 된 적이 있었다. 1995년 민선 1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수도권과 호남을 석권한 DJ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계복귀를 반발했던 꼬마민주당 의원들의 낙선을 위해 자신의 측근들을 해당 지역구에 대거 공천한다.

호남세가 강한 이철 의원의 서울 성북갑에는 TV토론 사회자로 명성을 떨치던 유재건 부총재, 유인태 의원의 서울 도봉을에는 동교동계 가신 출신의 설훈 부대변인, 김원기 의원의 전북 정읍에는 역시 동교동계 가신 출신의 정치신예 윤철상을 공천하여 자신을 따르지 않았던 이철·유인태·김원기 의원을 결국 낙선시키고 만다.

그런데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자객공천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자객공천 역시 표적공천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의 자객공천은 당 지도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의미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 같다. 금 의원의 경우는 강 교수 이전에도 ‘조국 백서’의 저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도전장을 내민 적이 있으나, 이번 21대 총선이 ‘조국 vs 반 조국’의 프레임으로 짜여질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김 변호사를 경기 안산 단원을로 전략공천하면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 대신 등판한 강 교수가 친문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현역인 금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공천장을 거머쥐자 당내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금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미운털이 박혔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금 의원을 전략공천 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불러오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 경선 과정을 지켜보던 중도층의 실망은 매우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금 의원의 경선 패배에서 보듯이 진영논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활발하게 나오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성숙한 정당민주주의가 당내에 뿌리깊게 내재하고 있으면서 공천에 연연하지 않고,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만이 가능한데, 이번 금 의원의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멀었다는 많은 국민들의 탄식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든다. 금 의원의 경선 패배가 孫子兵法(손자병법)의 借刀殺人之計(차도살인지계)라는 생각이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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