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혁신·평화·포용·공정을 화두로 던지며,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을 주창했다. 하지만 충청인들 특히, 대전·충남 시·도민들에게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무언가 개운치 않은 씁쓸함을 가져다주었다.

이날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대전일보 기자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 전반부에 “충청남도나 대전에서는 혁신도시를 추가 지정해 달라는 식의 요구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발언과 관련하여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검토의 방식을 이야기하시는 것인지 시기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정확한 설명을 좀 부탁드린다”며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대전일보 기자의 질문에 “원래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운을 뗀 후 “충남과 대전은 혁신도시에서 제외됐는데, 그 이유는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이전한다는 그런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충남·대전은 신수도권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행정수도는 실현되지 않았고, 지금 이제 행정중심도시로 멈춘 상태며, 또 현실적으로 세종시가 커지면서 충남과 대전은 오히려 세종시 쪽으로 인구라든지 이런 부분이 흡입되는 그것이 충남과 대전 경제의 어려움을 주는 그런 요인들이 있다”고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충남과 대전에서는 그 지역에 추가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고, 그 다음에 그것을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면서 “그 법안이 통과가 되면, 거기에 따라서 최대한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나가려고 한다”고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0일 ‘전국경제투어’ 11번째 일정으로 충남을 찾아 지역 경제인과의 간담회 등에 참석한 후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기대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양승조 충남지사와의 환담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당·정·청이 힘을 모아 오는 2월 국회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어야 한다. 하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은 대전·충남 시·도민들에게 다시 한 번 희망고문을 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당장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혁신도시 지정을 총선에 이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전·충남을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으며,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지방분권충남연대·지방분권세종회의·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조차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산업위 법안소위에 통과되어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은 오히려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국토균형발전이 아닌 정략적 영역으로 후퇴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9일 있었던 신년사에 대한 논평에 이어 다시 한 번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전과 충남에 확실한 선물을 주어야만 한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에 따라 인구와 면적 감소는 물론 20조가 넘는 경제적 손실까지 입고 있는 충남도와 세종시의 블랙홀 효과로 인해 인구 감소가 급증하는 대전시에 그 동안의 역차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전·충남 시·도민들에게 희망고문만 지속될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충청홀대론'을 넘어 '충청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에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충청권에서의 4.15 총선 결과에도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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