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잘 아시는 대로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이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 공로를 보답한다!”는 의미입니다. 1961년에 설립된 군사원호청이 1985년 국가보훈처로 개칭되면서 정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6월에는 우리나라를 지켜낸 기념일이 많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1552-1617)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1일(1592년 음력 4월22일) 의병의 날, 1956년에 제정된 6일 현충일, 1950년에 발발한 25일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2002년 29일 제2연평해전...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밥그릇」(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밥그릇」(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일과 밥, 꿈- 이 세 낱말의 총화가 곧 사람의 한 살이, 한뉘, 평생, 일생일 것입니다. 해와 달, 별 그 하늘의 시간 속에서 말입니다. 물론 비와 눈, 바람이 빚는 대지의 공간과 함께이겠지요. 6월 6일- 어제는 현충일이자 24절기의 9번째 망종이었습니다. 한자 망芒은 까끄라기의 곡식을, 종種은 곡식의 씨를 말하는데 그런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는 농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1950년 6월 25일 그해도 올해처럼 일요일이었습니다. 땅에서 얻는 소출이 경제의 중심이었던 시절 발발한 한국전쟁- 그 비극은 숱한 군인을 비롯한 민간인들의 희생 속에 1953년 7월 27일 정전되었습니다. 망종지절에 수확한 보리를 식량으로 버티며 막 이양한 모가 땅 냄새를 맡고 짙푸르러 가던 6월 하순- 그 논을 뒤로한 채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던 국민들의 심정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밥그릇」(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부분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밥그릇」(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부분

일찍이 맹자는 “불위농시不違農時 곡穀 불가승식야不可勝食也: 농사철을 놓치지 않아야 농부에게 곡식이 남아돈다”(『맹자』제1편 양혜왕장구 상) 적시했습니다. 또한 “유항산자有恒産者 유항심有恒心 무항산자無恒産者 무항심無恒心: (백성들이 살아가면서) 항상 생업을 통해 재산을 가져야 당당해지며 그렇지 못하면 마음이 삐뚤어진다“(제5편 등문공장구 상) 정언했습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들 말하지만 여전히 ‘땅’은 사람과 사회, 국가의 존립 그 기반이지요. 시간과 공간에 인간을 더해 삼간이라 부르는데 바로 공간의 소여가 영토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망종과 호국보훈의 달 6월은 땅에 발 딛고,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의미에서 진정 잘 어우러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심전心田- 마음의 밭을 일구는 농부입니다. 때문에 호국보훈의 달에 둘러보는 논밭의 들판은 더욱 각별하고,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조국의 땅을 지켜낸 호국영령들을 재삼재사 추모하고, 저마다 심기일전해 알찬 수확을 위한 나날을 일구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서 부모나 자식, 친척을 나라에 바치신 호국보훈 가족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비손합니다.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

김래호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1987-2014)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2023): 제28회 같은 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했다. 산문집『문화에게 길을 묻다』(2009),『오늘: 내일의 어제 이야기』(2016)를 펴냈고, 현재 충북 영동축제관광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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