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호 작가,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

본지에 격주 화요칼럼 「글자그림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김래호 작가가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에 특선했다. 지난 4월 28일 한국서도협회는 한글, 전서, 행초서, 문인화 등 8개 부문에 걸쳐 입상자를 발표했는데 영예의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소감과 함께 출품작의 제작 의도를 살펴보고 감상해본다. 올해 입상작품들은 6월 11일 시상식과 함께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특별전시될 예정이다.

-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5년간 「밑줄 이야기」에 이어 「글자그림 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십니다. 먼저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의 칼럼을 읽어주시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지난해 제28회 서도대전에는 입선했는데 올해는 특선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상의 경중을 떠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린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 금번 특선작의 화제가 「천불전千佛殿」입니다. 오는 5월 27일이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인데 봉축 표어가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 Peace of the Mind, World of the Buddha’입니다. 김작가님의 제작 의도와 관련 있을 것 같습니다.

 

김래호 작가의 「천불전千佛殿」(한지에 수묵캘리: 70cm✕135cm)
김래호 작가의 「천불전千佛殿」(한지에 수묵캘리: 70cm✕135cm)

”봉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의 표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한 일상을 이어 온국민들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부처님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천불전」은 1천 개의 불상을 모신 사찰의 건물입니다. 그 앞에서 합장하면 불자들은 마음에 평화와 안정이 깃드는데 그 자체가 바로 부처님이 염원하는 세상입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3년이나 넘게 창궐한 코로나 19를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하는 가운데 부처님의 가피가 넘치는 세상이 펼쳐지길 발원하는 뜻을 새겨 보았습니다.“  

- 그런데 전남 해남의 대흥사를 비롯한 공주의 마곡사와 김천 직지사 등 규모가 큰 절에 가야 「천불전」을 볼 수 있는데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한 지붕 아래 천 개의 불상을 모신 터라 온갖 정성과 불심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실 그 불상들은 일정한 모양의 거푸집을 통해 만들어진 좌상이 아니라 한 점 한 점 돌이나 나무를 깎고, 다듬어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기나 모습이 조금씩 다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되는 것이죠. 특히 불상의 양손 모양을 잘 살펴보셔야 하는데 5가지입니다. 즉 수인手印이 선정인, 지권인, 통인, 항마촉지인, 접법륜인으로 중생의 건강과 행운, 지혜 등속을 기원하는 부처님의 뜻이 함축 되어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상하로 작품을 관통하는 한자 ‘시방삼세十方三世’가 눈길을 끕니다. 불교 용어인가요?  

”맞습니다. 동서남북을 한 번 더 나누면 8방이고 그 아래, 위를 더해 ‘시방’, 10개의 방위고 삼세는 과거와 현재, 미래입니다. 그러니까 처음과 끝 모를 억겁의 공간과 시간 그 어디에서나 늘 존재하는 부처님의 세계 그 불국, 불토를 상징하는 4자입니다.  그런 세계에 대해 『범망경』을 통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심체신大衆心諦信 여시당성불汝是當成佛 아시이성불我是已成佛: 대중이여! 마음속으로 살펴 믿어라 너희는 마땅히 깨닫게 될 부처, 나는 이미 깨친 부처이니라’ 진정 곡진한 권면과 당부의 법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처럼 깨쳐서 고통과 불안이 사라진 열반의 경지에 들 수 있다 일러주셨으니 말입니다.“      

 

제28회 입선작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한지에 수묵캘리: 70cm✕135cm)과 김래호 작가(2022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제28회 입선작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한지에 수묵캘리: 70cm✕135cm)과 김래호 작가(2022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 해설을 들으면서 김작가님의 작품은 일반적인 캘리그라피와는 결이라고 할까, 맥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경향의 캘리작가를 꿈꾸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경주 김씨인데 김정희 어른이 일족이라 추사체를 공부하면서 전통적 서예의 현대적, 예술적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완당의 「세한도歲寒圖」가 조선 헌종 1844년 당시에는 파격이었거든요. 문인화는 미술적 기교보다는 사의寫意, 그리게 된 동기나 화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논어論語』「자한」의 경구를 절묘하게 그려냈습니다. ’세한연후지歲寒然後知 송백지후조松柏之後凋: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어려운 글이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의미가 확연하게 된 것입니다.

당대 선비들이 여기로 매화, 난, 국화, 대나무, 암석 그리던 기존의 문인화와는 전혀 딴판의 시서화를 창안해내신 것입니다. 저는 「세한도」의 본체가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고 해석합니다. 그 먼 유배지 제주도까지 청나라 서적을 보내준 친구의 우정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는 뜻인데 그 절절한 마음도 함께 새겨졌던 것입니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추사 김정희. 조선 헌종 1844년. 23✕69.2cm)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추사 김정희. 조선 헌종 1844년. 23✕69.2cm)

앞으로 저는 「세한도」처럼 동서양 고전의 경구를 나름 궁리, 구상하고 붓과 먹을 사용해, 육필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각기 다른 차원에서 전해지는 시서화詩書畵의 합일이라고 할까요.“    

- 거듭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부문 특선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본지를 통해 작가님의 작품을 오래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 해주시죠.

“고맙습니다. 그동안 연재했던 「글자그림 이야기」 작품들 중에서 50여 편을 선정해 화집을 출판할 계획인데 빠르면 올해 가을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가제입니다만 『어중간於中間에서』입니다. 하늘과 땅 그 사이 피붙이들의 웃음꽃밭에 서 태어나서, 살아내다, 역시 일가친척과 지인들의 울음바다를 건너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길 것입니다.”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1987-2014)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2023): 제28회 같은 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했다. 산문집 『문화에게 길을 묻다』(2009), 『오늘: 내일의 어제 이야기』(2016)를 펴냈고, 현재 충북 영동축제관광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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