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5월도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떻게 새파란 물이 들 것 같은 신록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많이 찍으셨는지요? 코로나 19의 엔데믹 선언으로 3면 만에 되찾은 오월이어서 그런지 짜장 여행객들이 넘쳐나더군요.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지로 떠나는 인파 말입니다. 진정 바라고 바라던, 아름답고 소중한 일상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소만지절小滿之節」(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부분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소만지절小滿之節」(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부분

5월 21일- 어제는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이자 24절기의 8번째인 소만小滿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부부는 땅의 일이고, 소만은 하늘의 운행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웅숭깊게 인문과 천문의 뜻을 품은 날이 겹쳐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지상의 남편과 아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식을 낳고, 길러야 하는가? 24×15=360 그렇습니다. 24절기는 한 철에 6개씩, 보름마다 갈마드는데 지구가 태양을 1바퀴 도는 그 시간입니다.

이 24절후는 3가지 범주로 묶어볼 수 있는데 자연의 변화와 농사철, 그리고 천문이 밝히는 인문입니다. 땅의 물산이 경제의 전부였을 때는 앞의 두 소여가 중요했지만 이제 ’하늘과 사람의 무늬‘가 어우러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평과 정의의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가 바로 그것인데 소만은 그들 중에서 알짬입니다. 적을 小, 찰 滿: 작지만 알차고 넉넉하게 들어차다-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소만지절」(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김래호 작가의 글자그림 「소만지절」(한지에 수묵캘리: 70✕70cm)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두 마리 새가 함께 어울려 나무에 깃드네.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열매를 맛있게 먹고, 다른 하나는 먹지 않으며 바라만 보네. - 인도 고대경전 『우파니샤드』「스웨따스와따라 우파니샤드」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榮華니라. -『성경』「잠언 17: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의 연세를 모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장수하시므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노쇠하심으로 인해 두렵기 때문이다. -『논어』제4편 리인里仁

일가친척들의 웃음 꽃밭에서 태어나, 역시 그들의 울음바다로 떠나는 사람 한 살이- 그 어떤 가풍이든 인생관이든 일상적인 기쁨이 우선일 것입니다. 저마다 작은 만족 속에 격려와 응원이 더해지고, 마침내 더 큰 소망이 이루어질 테니까요. 제 생각으로는 한국사회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소용돌이 가운데 여전히 ’3박‘이 횡횡한다고 평가합니다. 천박과 급박, 대박-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이나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그 어떤 단어보다 소만이 가장 먼저입니다. 겨우내 혹한과 삭풍을 이겨낸 나무가 봄에 꽃 내고, 이운 그 자리에 여름에 맺은 작은 열매- 24절기의 소만은 그런 뜻인데 바로 천문이 일러주는 인문의 길입니다. 생활 속의 작지만 귀중한 만족감이 바로 소만小滿인 것입니다.

아무쪼록 사람을 비롯한 만물이 눈부시도록 멋진 5월에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 느끼시는 나날 이어가시길 발원합니다.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

김래호 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1987-2014)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2023): 제28회 같은 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했다. 산문집 『문화에게 길을 묻다』(2009), 『오늘: 내일의 어제 이야기』(2016)를 펴냈고, 현재 충북 영동축제관광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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