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자치구의회의 월급이 올랐다. 주민 의견을 반영한다고 공청회까지 개최했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월 100만 원 월정수당 인상을 추진하던 동구의회는 주민공청회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찬성 측 패널의 발표에 반발하며, 야유를 보냈다.
공청회가 끝난 후 한 주민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의견을 내려고 했지만, 몇 명만 정해 놓고 말도 못 하게 한다"며 "이미 인상하기로 했으면서 무슨 주민공청회냐"고 한탄했다.
다른 구의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중구의회와 대덕구의회도 반대 의견이 우세했으며, 유성구의회는 반대 측 패널까지 찬성측 주민으로 채웠다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공청회 대신 여론조사를 실시한 서구의회도 500명의 주민 중 70% 이상이 월정수당 70만 원 인상은 과다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구의회들는 월급 인상 앞에서 주민들의 눈총 따윈 아랑곳없었다.
동구의회는 최종 심의에서 월정수당을 100만 원에서 20만 원 감액한 80만 원으로 결정했다. 중구의회는 공청회까지만 해도 53만 원을 제시했으나, 74만 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유성구의회와 대덕구의회는 기존대로 각각 60만 원, 80만 원 인상을 결정했다. 서구의회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42만 원 얘기도 나왔으나, 최종 56만 원으로 확정했다.
사실 의정비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매번 주민들의 여론은 수렴했지만, 법을 지키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의정비 심의 과정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선 지역 주민들에게 심의위원회 회의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현행법에서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 규정으로 인해 얼마든지 비공개할 수 있어 주민이 심의 과정을 알 수 없다.
나사 빠진 법안도 개선돼야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월정수당 인상률이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넘을 때 공청회 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민의 의견을 의정비 결정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공청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이상 의견 반영을 할 수 없다는 점, 설문조사에 응하더라도 그 결과를 반드시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꼼수가 가능하다.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주민여론 수렴.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요식행위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주민여론 수렴 결과를 의정비 심의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