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앞둔 운영위원장의 UAE·이집트 출장 강행 논란…“사퇴 요구 비웃듯 외유” 비판 확산

경기도의회 제387회 정례회에서 양우식 의회운영위원장이 발언 중인 가운데, 최근 양 위원장에 대한 성희롱 논란이 거세다. / 경기도의회 영상화면 갈무리
경기도의회 제387회 정례회에서 양우식 의회운영위원장이 발언 중인 가운데, 최근 양 위원장에 대한 성희롱 논란이 거세다. / 경기도의회 영상화면 갈무리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를 공식 방문할 계획을 밝히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도의회 망신에 이어 외교 성과까지 망칠 것”이라는 거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양 위원장은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회원 자격으로 1월 8일부터 16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두바이와 카이로를 방문하겠다고 협회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문 목적은 두바이에서는 한국 중소기업 지원 기관과의 협력 논의, 카이로에서는 이집트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광역지자체 간 문화교류 방안 모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일정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대규모 외교 성과를 이뤄낸 직후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부르고 있다. 대통령은 UAE·이집트 순방을 통해 안보·경제 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환대를 받았고,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외벽에는 태극기가 걸리는 등 ‘국격 상승’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성범죄 피고인이 같은 국가들을 뒤이어 공식 방문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는 비판이 도의회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의 한 직원은 “사무처 직원을 성희롱해 기소된 인사가 위원장 직함까지 유지한 채 외교 성과가 쌓인 국가를 방문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어렵게 만든 국격을 성범죄 피고인이 깎아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이미 경기도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 위원장의 성희롱 사건 이후 경기도청 비서실 등은 “비도덕적 인물로부터 행감을 받을 수 없다”며 행정사무감사를 보이콧했고, 도의회 운영위원회 감사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지역 33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양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25일 방송된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종배 진행자는 “성희롱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 사퇴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유를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안하무인·후안무치의 탑급”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도의회 망신은 물론, 국가 외교 성과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해외 방문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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