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종목별 장세로 재편되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과 미래 성장성에 따라 주가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차세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반면, 상장 폐지라는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 하늘 뚫은 신고가: AI·바이오·보안株의 '질주'
17일 키움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미래 성장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에 쏠렸다.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MLB) 시장의 강자인 이수페타시스(+20.61%)는 13만 4,0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AI 시장 개화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증권가의 잇단 긍정적 리포트가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파미셀(+19.06%) 역시 2만 원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0% 이상 급증하는 등 견조한 실적과 기술 이전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희귀질환 진단 AI 기업 쓰리빌리언(+18.65%)과 정보보안 전문기업 벨로크(+28.55%)도 각각 의료 AI와 사이버 보안 테마의 강세에 힘입어 나란히 52주 신고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친환경 콘덴서 필름을 생산하는 삼영(+12.54%)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 바닥 없는 신저가: 정리매매와 개별 악재의 '그림자'
반면, 증시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투매를 피하지 못했다.
퓨처코어(-88.75%)와 광림(-80.13%)은 상장폐지가 결정돼 이날부터 정리매매에 돌입했다. 정리매매 첫날 가격제한폭 없이 거래가 재개되자 주가는 폭락하며 각각 72원, 1,2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화장품 '리들샷'으로 유명한 브이티(-6.61%)는 3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의문을 샀다.
이 외에도 영상 콘텐츠 기업 플레이그램(-1.76%)과 보안 시스템 업체 엑시큐어하이트론(-4.45%) 등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신저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시장은 성장 모멘텀이 확실한 종목에는 과감한 베팅이, 불확실성이 큰 종목에는 가차 없는 매도가 집중되는 '옥석 가리기' 장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