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전서 드러난 구조적 격차…선취점 넣고도 역전패·무승부
오원석의 '바깥쪽 도피'가 보여준 KBO 시스템의 한계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9회 동점 홈런을 기록한 김주원이 베이스를 돌고 있다. / KBO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9회 동점 홈런을 기록한 김주원이 베이스를 돌고 있다. / KBO

2025 K-BASEBALL SERIES 한일전 2연전 성적표는 1무 1패. 2차전 무승부로 가까스로 연패 흐름은 끊었지만, 한국 야구의 민낯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일본을 이기지 못한 현실은 단순한 패배가 아닌, 축적된 '구조적 격차'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2연전의 양상은 복사판 같았다. 두 경기 모두 한국이 선취점을 뽑았지만, 흐름을 끝까지 주도하지 못했다. 초반 기세를 이어갈 추가 득점은 터지지 않았고, 마운드는 경기 중반부터 요동쳤다. 반면 일본은 투타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하며 경기를 뒤집거나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특히 2차전 불펜으로 등판한 오원석의 투구 내용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오원석은 집요하게 우타자 바깥쪽 유인구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KBO리그 내에서는 기계가 판정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의 칼 같은 모서리 존을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사람이 판정하는 국제대회 변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심판의 존이 좁아지자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을 배짱도, 위기 상황에서 흐름을 바꿀 몸쪽 승부 능력도 부족했다. 결국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불가능했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투수들을 화수분처럼 배출하고 있다. 고교-대학-NPB로 이어지는 일관된 투구 디자인과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세계 시장 경쟁력을 갖춘 투수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반면 한국은 국제무대용 투수 배출의 맥이 끊긴 지 오래다. 아마야구와 프로 간의 기술적 간극, 몸쪽 승부를 기피하고 도망가는 리그 풍토, 국제전 경험 부족이 겹치면서 KBO리그가 세계 기준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2연전에서 확인된 마운드 불안과 '지키는 야구'의 실패는 단순 컨디션 난조가 아닌 구조적 취약성이 곪아 터진 결과다.

한 야구 관계자는 "1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한 건 우연이 아니다. 두 나라가 야구를 대하고 키워온 방식의 차이가 경기력으로 표출된 결과"라며 "한국 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투수 육성 체계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기를 지켜본 한 야구팬은 "KBO였다면 스트라이크였을 공이 볼로 잡히니, 모든 걸 쥐어짜내서 한복판 승부를 하든 몸쪽으로 붙이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야구에서는 그 말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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