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콜라보가 매출 주도… 가격·타깃 실패가 만든 '본품 실종' 현상

AI생성 이미지 / 뉴스티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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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울산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길쭉한 과자를 주고받던 풍습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롯데제과가 이를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며 기념일의 규모는 급격히 커졌고, '고백하는 날'이라는 초창기 이미지를 넘어 친구·연인·직장동료 간에 가볍게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빼빼로데이를 둘러싼 분위기는 과거 유통업계의 대목과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11월 11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방송 광고가 쏟아지고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던 흐름과 달리, 올해 시장의 중심은 콜라보 상품·굿즈·한정 패키지가 차지했다.

연예인 포토카드, 캐릭터 스티커, 시즌 굿즈가 동봉된 제품들이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고, 빼빼로 본품은 사실상 '부속품'으로 취급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취향 변화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격 상승, 주요 타깃층과의 괴리, 킬러 제품 부재 등이 겹치며 '빼빼로가 주인공이 아닌 빼빼로데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빼빼로는 가격이 오르고 용량이 줄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비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사이 편의점 PB 디저트와 초콜릿류는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주요 수요층인 10·20대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도 줄어들면서 관심도는 더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굿즈 때문에 빼빼로가 한 번 더 팔리는 수준이지, 빼빼로 단독으로 수요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념일이라고 구매하던 소비층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소비자 전형준 씨는 "올해 주고받은 건 네 개 정도였다"며 "이제는 빼빼로데이를 굳이 챙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빼빼로데이 특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결국 기념일의 중심이 본품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콜라보와 한정판으로 단기적인 흥행은 가능하지만, 본품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금의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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