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절기 중 하나인 백로가 지나면서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도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올여름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들어 가장 더운 해였던 것 같다. 그래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좀처럼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아직 늦더위는 조금 남아 있지만 한풀 꺾여 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추위가 견디기 어려울 것 같지만 최근 들어서는 무더위가 더 견뎌내기 힘든 것 같다. 추위는 옷이라도 겹겹이 입으면 그런대로 버틸 수 있는데 더위는 피할 수도 없고 올곳이 견뎌내야 한다. 심지어 열대지방보다 더 덥다는 말로 대프리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제 열대지방으로 피서를 가야 할 판국이다. 그래서 벧엘의집은 여름이 되면 무더위에 지친 울안식구들, 쪽방식구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울안공동체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면서 거의 24시간 개방하여 울안식구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쪽방상담소는 쪽방식구들에게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냉방용품 지원, 더위에 건강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먹거리 키트 지원, 얼음 생수 보급, 무더위 쉼터 운영, 영화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통해 어떻게든 더위를 버텨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찬가지로 희망진료센터는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애쓴다.
이렇게 벧엘의집 여름나기는 벧엘식구들의 무더위와의 전쟁에서 지치지 않고, 잘 이겨내도록 지원하고, 돕는 일에 집중한다. 어쩌면 벧엘의 여름나기는 무더위와의 전쟁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그저 열심히 더위와 싸우다 보니 어느 순간 계절이 바뀌고 강력했던 무더위도 세력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 그저 버티고, 견뎌낸 것이 전부였는데....
무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시원함을 느낄 짬도 잠시, 다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연탄을 모으고, 난방유를 모으고, 난방용품을 모으고, 김장을 해야 하는 등 추위와 전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더위가 물러나면서 벧엘의 여름나기는 끝나지만 곧바로 벧엘의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벧엘의 여름나기는 끝나간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이겠지. 바라기는 주거 난민인 홈리스들에게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공공주택이 아주 저렴하게 많이 제공되어 여름을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는 내일을 꿈꿔본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