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방차석 전 서구의원이 지난 27일 의원직을 자진사퇴했다. 우리나라 형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상 대법원에 상고할 기회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 전 의원은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당선무효가 확정적인 상황에서도 법률심인 대법원 상고심까지 임기를 연장하려는 것과 달리 방 전 의원의 자진사퇴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방 전 의원은 사퇴의 변에서 “정의를 지키지 못해 법의 저촉을 받고 있다”면서 “너무 부끄럽고 고통스럽다”며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자 의회에 들어왔으나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는 것으로 사퇴의 변을 대신했다.

방 전 의원은 자진사퇴 다음날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상고포기 및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읍소했다. 방 전 의원은 “정당공천제가 없어져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온다”고 운을 뗀 후 “정당공천제에서는 구의원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풀뿌리정치가 중앙정치가 되면 안 된다”며 “남은 의원들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 전 의원의 읍소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방 전 의원의 읍소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등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후보자의 사전 검증용이, 후보자 난립 방지, 자치단체의 원활한 사무 수행, 책임 정치 구현, 여성·소수자의 정치 참여 보장, 정치신인 기회 보장 등을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 공천제를 찬성하는 논거로 삼고 있으나, 방 전 의원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후보자의 사전 검증용이나 책임 정치 구현 등은 온데간데없고, 기초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이 현재의 정당공천제 실상이다.

대전·충남만 보더라도 지난 6월 박찬근 전 중구의원의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에 의한 제명 사태나, 지난 8월 이창선 공주시의원의 임시회 회기 중 자해난동 소동 등에 비추어 볼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찬성 측의 책임 정치 구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책임 정치 구현을 위해서는 최소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유권자들에 대한 사과표명은 있어야 하는데, 상대방에 대한 비판 논평이나 성명은 수시로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잘못된 공천에 대해 사죄하는 논평이나 성명 발표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의 기초선거 제도가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및 당협위원장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공천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각종 부정을 저지르는 환경에 놓여 있는 점이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점 그리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물이 아닌 당 중심 투표로 흐르는 폐단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자유한국당 이명수(3선, 충남 아산갑)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 입성 직 후 첫 법안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이 의원은 꾸준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기초단체의 살림살이와 큰 차이가 있는 광역단체장·광역의원 선거에서는 공천의 필요하지만, 읍·면 단위의 일까지 정당의 손에 맡겨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기초선거의 폐해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손질해야만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에 의해 현재의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회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슬그머니 넘어갈 것이 아니라 확실한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필수적인 요소다.

뿐만 아니라 “정당공천제에서는 구의원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방 전 의원의 읍소가 한낱 메아리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만 한다. 주민들의 고충과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는 기초의원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및 당협위원장을 수행하는 비서 역할의 기초의원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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