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특성 고려하지 않은 신호등 설치..."예산 낭비"

충남 금산군 진산면 휴양림로 2112 일원(635 지방도) 도로에 설치된 신호등. 길이가 약 20m 정도에 불과한 다리의 양 끝 지점에 하나씩 세워진 신호등은 얼마 전까지 삼색 신호등이 운영돼 차량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재는 황색 점멸등이 운영 중이다. / 뉴스티앤티
충남 금산군 진산면 휴양림로 2112 일원(635 지방도) 도로에 설치된 신호등. 길이가 약 20m 정도에 불과한 다리의 양 끝 지점에 하나씩 세워진 신호등은 얼마 전까지 삼색 신호등이 운영돼 오가는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재는 황색 점멸등이 운영 중이다. / 뉴스티앤티

어느 날 한적한 시골 산길에 등장한 빨간 신호등. 

결국 주민과 운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해 황색 점멸등으로 변경됐다.

충분한 현장검토 없이 추진한 신호등 설치가 차량 통행에 불편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충남 금산군 진산면 휴양림로 2112 일원(635 지방도) 도로에 어느 날 가로형 삼색 신호등 2개가 세워졌다. 길이가 약 20m 정도에 불과한 다리의 양 끝 지점에 하나씩 세워진 신호등은 차량 운전자에게 큰 인내심을 요구했다.

A씨는 "나도 한때 공직자 생활을 했지만, 정지신호를 받고 쓸데없이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니 이곳은 뭔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골길은 평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데다, 민가도 도로 양쪽으로 단 2채뿐이다.

운전자 B씨는 "이 산중에 차량을 멈춰 놓고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웬만한 곳에 (신호등을)다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C씨조차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신호등 설치 배경을 궁금해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신호등 설치기준은 △교통사고가 연 5회 이상 발생하는 곳 △학교 횡단보도 앞(어린이 보호구역) △일일 교통량이 가장 많은 8시간을 기준으로 차량이 600대 이상인 곳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하루 150명 이상인 곳 등이다. 하지만 진산면 휴양림로 2112 일원은 어느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신호등 설치 결정 및 운영은 경찰서에서 담당한다.

금산군에 따르면 경찰서가 민원신청 등으로 신호등의 설치 사유가 발생하면 교통안전심의회 심의를 거쳐 금산군에 설치를 요청하며, 군이 경찰서 담당자와 함께 현장을 점검한 후 신호등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 설치를 진행한다.

취재 결과 진산면 휴양림로 2112 일원 삼색 신호등은 충청남도 건설본부가 금산군과의 소통 없이 설치를 진행해 현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충남도 건설본부 관계자는 "도로 선형개량공사로 인해 교량이 볼록하게 올라갔는데, 야간에 신호 기수가 설 수 없어 안전 상황 때문에 금산경찰서와 협의하고 신호등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취재를 접한 경찰서 관계자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황색 점멸등으로 바꿔 차량이 서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18일 현장에선 삼색 신호등 대신 황색 점멸등이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 D씨는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신호등을 설치해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따라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고도 안전을 유도할 수 있는 보조기구들이 있다"면서 "공무원들은 다각적인 사고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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