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 보는 총선-인물 탐구 11 - 대전광역시 서구 을

21대 총선을 295일 앞두고 대전 서구을의 국회의원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은 5명 정도로 알려졌다. 대전 서을은 분구가 된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 네 차례 연속 보수진영이 당선자를 배출했으나, 지난 2012년 19대 총선부터 보수진영의 분열을 틈타 진보진영의 박범계 의원이 두 차례 연속 당선되며 객토에 성공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패배를 경험한 자유한국당은 지난 4.3 경남지역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면서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고 있으나, 연이어 계속되는 소속 의원들의 막말이 지지율 상승을 둔화시키고 있으며,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여야 4당의 요구에 제대로 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면서 다시 주춤하는 상황이다.

경기악화로 집권 3년차 징크스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문재인 정부 1기부터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함께한 김수현 정책실장을 8개월 만에 전격 경질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히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던 친문진영의 핵심인 양정철 전 대통령 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고, 21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양 원장 취임 이후 서훈 국정원장 회동이나 자당 시·도지사를 연이어 만나는 행보에 대해 야권에서는 관권선거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변수다.

중도정당을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의 경우 경우 연이은 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교체론을 둘러싼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지원하는 정병국 혁신위원장 카드를 뿌리친 손학규 대표가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히면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지만, 잠시 수면 아래 가라앉은 지도부 사퇴론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는 23일 대전을 방문하여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후 지난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 및 시당 핵심 당직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당 조직을 추스르면서 21대 총선에서 제3지대를 확실하게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한편,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으로 여야 4당 vs 제1야당의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경을 비롯한 산적한 국회 현안 처리를 위해 언제쯤 제1야당이 여의도로 돌아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할지도 국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또한 여권에 넘쳐나는 대권 후보들 중 내년 21대 총선에서 누구의 간판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냐에 맞서 야권은 누구를 내세워 여권의 대권 후보들에 대적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변수는 다음의 9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박범계 의원과 김소연 시의원과의 진실공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둘째는 박범계 의원의 측근으로 통하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의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 개입 의혹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셋째는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를 통해 현역인 박범계 의원과 1 對 1 구도를 형성할지, 넷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는 정용기 의원의 발언 여파가 수그러들지, 다섯째는 하노이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대화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여섯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1대 총선까지 지난 5.9 대선 당시 받았던 41.08%(대전시 서구 43.56%)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일곱째는 야당이 주장하는 충청홀대론이 충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여덟째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심력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갈수록 가속화될지, 아홉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고위공직자 임명 7대 배제 원칙이 계속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민심 이반이 거세어질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박범계 의원이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대전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거치며 2004년 17대 총선에 나섰던 박 의원은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故 구논회 의원에게 일격을 맞으며 여의도 입성이 좌절된다. 또한 구 의원의 사망으로 치러진 2007년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에 밀려 출마 자체를 하지 못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나선 박 의원은 자유선진당 돌풍에 밀려 여의도 입성이 다시 한 번 좌절됐으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분열을 틈타 여의도에 입성한 박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하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으로서 완벽한 선거 승리를 이루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인 바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유력한 대전시장 후보임에도 중앙정치에 관심을 보이며 출마를 고사한 박 의원은 지난해 불거진 바른미래당 김소연 시의원 發 정치 브로커의 돈 요구 파문에 자신의 측근들이 연관돼 구속되면서 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김 시의원 發 사태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박 의원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양홍규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한판 승부를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 변호사는 민선 4기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청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공무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서을 지역의 특성상 양 변호사에 대한 호평이 지속된다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박 의원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평이다. 특히, 양 변호사는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졸업 후 대전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지역에서의 꾸준한 활동을 통해 각계 인사들과의 교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전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운을 뗀 후 “대전에서 부시장까지 역임한 만큼 지역을 위한 정책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바닥 민심을 들여다보고 있는 저 양홍규와 중앙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박범계 의원 중 누가 서을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시민과 소통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 절망에 빠진 대전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소연 시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지난해 정치 브로커의 돈 요구를 폭로하며,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김 의원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시의원 공천을 준 박범계 의원을 상대로 지속적인 폭로를 강행하며, 내년 21대 총선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의원은 시의원 사퇴에 따르는 보궐선거의 부담과 당 내홍으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출마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국법교육센터 법교육전문강사와 법무부 로에듀케이터 등을 역임한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면서 “선수로 나가 열심히 뛸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며 “시민과 호흡하며 공익실현과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그 누구보다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윤석대 서구을 지역위원장도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2기 부의장을 역임한 윤 위원장은 꼬마민주당에서 현재의 여권 인사들과 한솥밥을 먹었으나,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보수진영에 몸담게 된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후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코스콤 전무이사 등을 역임한 윤 위원장은 탄핵 이후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하며 원외 인사이면서도 대표적인 유승민 의원의 책사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당 내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사로 꼽힌다”면서 “당 내 영향력도 상당하고 지역 내 활동도 활발해 큰 이변이 없는 한 출마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의당에서는 김윤기 시당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도솔산(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저지를 위한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의 시장 출마를 통해 올린 인지도를 바탕으로 내년 21대 총선에서 반드시 여의도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공공성 강화 민영화 저지 대전공동행동 공동대표와 대전 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갈밭을 갈았다”면서 “이제는 대전에서도 첫 진보정당 의원이 나와야 할 때다. 지금처럼 시민과 함께하며 시민을 위한 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평화당과 민중당 그리고 우리공화당에서는 특별한 후보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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