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언론인 홍사중 선생은 리더와 보스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한다. 리더는 앞에 서서 이끈다. 반대로 보스는 뒤에 서서 호령만 한다. 기가 막힌 예가 아닐 수 없다. 뒤돌아보면 역대 대통령들을 여기에 대입해보면 누가 리더이고, 누가 보스인지가 확연해진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장 때 일이다. 중장으로 승진하자마자 연합군의 프랑스령 북아프리카 침공 작전인 횃불 작전의 총지휘관을 맡았다. 그러나 소부대 지휘자와 지휘관들이 연일되는 전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이었다.

보다못해 자신의 지휘 막사에 휘하의 간부들을 불렀다. 부사관 이상 장군들이 모두 모였다. 몇몇의 일선 지휘관들에게 고충과 애로를 말하게 했다. 한결같이 부하들이 전장터에서 제멋대로라고 불평한다. 그러자 그는 부하 통솔법을 끈 한 가닥으로 설명했다. 미리 준비한 끈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서 “이 끈을 당겨보아라”하자 한 장군이 이를 당겼다. 그는 또 다른 장군에게 “이 끈을 밀어보아라”하자 또 다른 이가 이를 밀었다. 그리고는 “각 부대 지휘자, 지휘관은 잘 보았을 것이다. 이 끈을 당기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밀면 아무데도 가지 못한다. 부하를 이끌 때도 이와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는 몽고메리 장군과 함께 영국 해협을 횡단하여 프랑스로 진격하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독일의 롬멜 장군을 물리쳐 세계적인 영웅이 되었다. 이어 6.25 한국전쟁 중인 1952년 미국 제32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방한했다. 혹한의 최전선에서 그는 ‘끈을 통한 통치’를 회고했다고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서전에서는 자신을 채찍하는 대목을 썼다. 웨스트포인트 사관 생도때부터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마다 교만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부인의 손을 잡고 ‘악인의 꾀에 따르지 않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재직시에 미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로부터 최고의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30일로 20일이 됐다. 3주 동안 연속 국정 지지율이 80%를 넘어섰다. 지난주 한국갤럽에 이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3주차 지지도(긍정평가)는 84.1%로 지난주 5월 2주차보다 2.5%p나 올랐다. 반면, '국정 수행을 잘못한다'는 부정평가는 10.0%로 하락세다.

내외신 언론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취임 후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모습이다. 미국 WSJ(월스트리트 저널)의 29일 자 보도에서는 문 대통령의 취임 3주차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고라고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이 88%로 가장 높고 김영삼(85%), 이명박(79%), 박근혜(71%) 순이다.

WSJ는 “어느 나라나 새 대통령들은 임기 초 밀월관계 기간을 즐기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의 낙관론은 흔치 않다”면서 “이같은 높은 지지율과 인기 비결을 문 대통령의 거리감 없는 소통과 소탈한 행보 때문”이라고 분석도 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즐기는 ‘문 블렌드’ 커피가 큰 인기이고, 그의 저서와 그를 소개한 ‘타임’지의 판매도 크게 늘었고, 청와대 방문 신청이 급증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높은 국정 운영 지지도는 물론 소비자 심리지수의 가파른 개선에서도 드러난다”면서도 “대중적 인기의 지속성은 새 행정부의 성과에 달렸다”면서 “취약한 경제 회복과 청년 취업난 해소, 재벌개혁, 북한 핵·미사일 도발 대응 등이 시급한 과제”라는 뼈있는 분석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 높은 지지율이 5년 내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필자와 만났을 때 ‘여론이란 밀물과 같고, 썰물과 같다’고 말했다.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아니다 싶으면 삽시간에 빠져버린다고 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여론이란 들쥐 한 마리가 한 방향으로 뛰면 모든 들쥐가 영문도 모르고 뛰어가는 것과 같다“고 경계했다.

여론의 함몰, 높은 지지율의 함정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아침마다 성경 구절을 묵상하고, 집무실에 토스카니니의 ‘자만은 자신을 뽐내는 것, 오만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교만은 남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니 경계했다는 것이 이를 말하는 것이다. 높은 지지율과 인기는 자만, 오만, 교만을 불러오게 되어있다.

문 대통령의 집권 초 기대감은 크게는 문 대통령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혁신 의지를 국민의 편에서 잡은 데 우선 좋은 평가를 매긴다. 우려했던 국론분열이 매끄러워지고 정통성을 잃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 허니문효과도 있지만 지난 박근혜 전 정부 후반기 국정 난맥에서 비롯된 기저효과가 워낙 컸었다는 언론평가가 공감대를 얻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사태로 던진 국민적 상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국정을 희롱하고 일부 인사들이 떡고물 주무르듯 한 배신과, 권력을 사유화한데 분노와 허탈에 빠졌던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와 국회, 여야 간 협치의 주춧돌을 놓으려는 시도 역시 다행스럽다.

기대 속에 갓 출범한 새 정부의 장벽이 하나씩 돌출되는 느낌이다. 초기에 내놓은 각료나 청와대 참모진들의 인사가 참신하고 파격적이었다.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현직도지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조국 민정수석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파격 기용이었다.

여기에 정권이 이렇다 할 지분이 없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발탁하면서 나름대로 위안을 가졌다. 나름대로 전문성과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한 인물을 골라 쓰려는 데 긍정평가해야할 점이었다. 과거 정권에서는 인물의 전문성이나 장점보다 ‘대선 승리기여도’에 따라 중용했던 일과는 대조적이었다.

헌데 지난 24, 25일 양 이틀간 벌인 이낙연 후보자의 국회인사청문회를 계기로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등에서도 ‘자녀위장 전입’등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낙마시킨 각료들과 엇비슷한 사례다. 지난 정권에서도 당사자들은 ‘모른다’, ‘아니다’라며 해명하고, 더 나가 거짓말했던 예와도 일부는 흡사하다.

공위공직자기용 문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대선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을땐 고위 공직자로 임용배제라는 5대 인사원칙을 밝혔다. 그러니 당연히 그 말에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역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후보 낙마를 시작으로 인사검증에서 여러 명이 중도에서 사퇴했다. 여기에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등 잡음으로 높았던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났다.

박근혜 정부 때도 김용준 전 대법관, 안대희 전 대법관, 언론인 문창극 씨,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등 총리 후보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심지어 인수위부터 출범 한 달까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만 5명이 낙마하고 청와대 비서관까지 합치면 10명 이상 중도 하차 했다. 그의 수첩에 적힌 인물을 결격 사유가 명백한데도 임명하는 무리수로 취임 한 달 만에 국정 지지율이 44%까지 떨어진 기록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서 이렇게 높은 국정 지지율에 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지지층으로부터 박수와 환호만을 껴안고 있다가 그 인기가 빠지는 고금동서에서 적잖게 봐왔지 않은 가. 그렇기에 새 정부는 국정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비록 인기가 없지만 국가 안보나 교육의 제대로 된 뼈대, 먹고사는 미래의 먹거리를 국민의 동의를 받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대 여론도 끌고 갈 것인 지, 열광적인 지지층의 여론에 함몰되어 끌려갈 것인지의 결과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과거의 정권처럼 지지층만을 설득하기 앞서 야당과 국민에게 드러내 놓고 논의하고 설득하는 겸손함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감동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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