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老 각

- 송세헌

 

참 멀리도 걸어왔구나.

누런 피부엔 인설이 하얗게 피었고

몸통은 푸대자루처럼 뻣뻣하구나.

모두들 풋풋한 청춘일  때

밭을 떠났는데

희누렇게 바랜 잎새 아래 

홀로 밭을 지키며 익어가는 조선 오이.

 

삼복에 삼베 바지 둘둘 걷어부치시고

밭에 가시던 아버지의 정강이.

자외선에 타들어간 피부는

물고기 비늘 같이 실금이 갔었지.

욕망도 기쁨도 슬픔도 삼키시고

토루소로 사신 아버님의

老脚.

 

한여름 노각의 맛이 

시고 떫고 쓰고도 

달고나.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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