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설계 위반 제재 없다면 고시명분 퇴색·형평성 논란 우려도

서울시청 전경 / 서울시 제공
서울시청 전경 / 서울시 제공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제시한 혁신설계가 서울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지원 재개발 사업에서 혁신설계를 평당공사비와 함께 직접제안하는 것은 서울시 고시에 위배되는 데다 앞서, 한남3구역 입찰 당시 서울시가 유사한 사례에 직접 철퇴를 내린 바 있어서다.

이번 사례가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면, 서울시가 직접 세운 기준의 의미가 퇴색될 뿐 아니라 선례와의 형평성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서울시 고시 위반에도 '혁신설계+평당공사비' 제안한 롯데건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 입찰마감일인 지난 23일 경미한 변경을 수반한 대안설계와 함께 중대한 설계 변경을 담은 혁신설계안을 입찰제안서에 포함해 제출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롯데건설의 입찰제안서는 두번째 책자 약 30% 분량과 세 번째 책자 전체가 혁신설계안으로 채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총 3권으로 구성된 제안서에 각각 사업조건, 대안설계, 혁신설계 내용을 각각 담아 입찰에 참여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공공지원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서 중대한 변경을 수반한 '혁신설계의 직접적인 제안'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고시한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 제9조 1항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하 도정법 시행령)' 제46조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에서 대안설계를 제안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서울시의 공공지원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사업지에서는 시공자가 경미한 변경범위를 벗어나는 설계(혁신설계)을 제시하는 경우 PLUS-IDEA 차원으로 조합에 별도의 금액표시 없이 제시를 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건설이 이러한 혁신설계안을 단순 PLUS-IDEA 차원의 제시가 아닌, 실질적인 제안을 했다는 데에 있다. 롯데건설은 제안서에 '혁신설계시 평당공사비 동일'이라 명시함으로써 PLUS-IDEA 차원이 아니라 직접적인 별도의 ‘제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 조합원 제공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 조합원 제공

▶ 롯데 혁신설계안에도 철퇴 때릴까…형평성 논란 소지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의 향후 제재 여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는 2019년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당시 “이 사업지가 앞으로 서울지역 공공지원 정비사업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조사를 벌여 혁신설계 등을 제안한 시공사들에 '입찰 무효'라는 특단의 제재를 가했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는 롯데건설 혁신설계안과 마찬가지로 한강 조망 가구 수를 기존 1528가구에서 2566가구로 대폭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가 제지를 받았다. 한편, 또다른 건설사는 모든 조합원에 한강 조망 테라스와 펜트하우스 중 하나를 보장하는 설계안을 제시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건설사들이 혁신설계를 내세워 가격을 부풀리면 기존 의도와 다르게 거품이 끼고 비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당시 서울시 주택기획관이었던 김성보 주택정책실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남3구역의 혁신설계안은 불법"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 점검을 벌일 때부터 “입찰 내용이 법과 기준에 맞지 않는 불법으로 적발되면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며 “파급 효과는 일절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기준에 따라 제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시가 한남2구역에 나온 혁신설계안을 그대로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제시한 혁신설계안이 그대로 허용되면 서울시가 직접 세운 기준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선례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소지도 있는 만큼, 혁신설계안대로 인허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번지 일대에 지하 6층 ~ 지상 14층, 30개동 규모의 아파트 1537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응찰했으며, 두 회사는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에 시공사 입찰 보증금으로 800억원(현금 400억원·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을 각각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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