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입이 열렸다. 말(言)이 터졌다. 5.9 대선 후보등록이 끝나자마자 공식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17일 이른 새벽부터 대전·천안·청주 시내 곳곳에서 후보자를 알리는 선거공보물이 걸렸다. 또 대전 시내 출근길 곳곳에 유세 차량들도 모처럼 등장했다.

입후보 등록을 마감해보니, 국회의원이 속한 6개 정당 모두 후보를 냈다. 대통령선거 사상 제일 많은 15명이 ‘내가 대통령 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싸움판이 될 것 같다. 출마자가 많고, 변수도 적잖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남다르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구속으로 이어진 치욕 속에서 치러진다. 연말로 잡혔던 선거가 무려 반년이나 앞당겨져 치러진다. 그러니 막중할 수밖에 없다. 준비도 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꼴이다.

유권자의 몫이 이래서 크다. 대통령을 뽑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추락한 나라의 명예를 되찾고, 분노와 실의와 허탈과 낙심에 빠진 국민을 구할 인물인지를 고르는 행사다. 중요하고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최 순실 사태로 갈라지고 찢긴 채 좌초냐, 아니면 재기냐에 달렸다.

안팎에서 시달리고 지친 대한민국에 비전과 희망이 지금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번 선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는 그 중요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온갖 말과 선심으로 유권자의 맘을 얻기 위한 후보들의 흥미로운 싸움에 흥분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경쟁에만 몰입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여론조사결과 여·야간 첨예한 대결과 지역 간 골 깊은 감정이 약화됐다. 천만다행이다. 선거 때마다 나타난 정·계파 간, 지역 간 대립이 누그러졌다니 말이다. 그런 그 자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에 따른 찬반세력 대립, 이념, 세대 간 갈등이 등장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촛불집회에서 비폭력, 평화 행동을 보여준 민주의식을 후보나 유권자는 보여야 한다. 민생을 달래고,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선거를 틈타 갈라놓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먼저 후보들의 정책을 통한 정정당당한 경쟁이 보고 싶다.

후보 등록 직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소수점 박빙’의 양강구도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혼전 속에 엎치락 뒤치락하며 싸움판은 연일 시끄럽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데 우리의 선거판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는 것이다.

문·안 두 후보는 진보 진영의 인사로 분류된다. 말만 중도 개혁적이지, 두 당의 정강정책은 보수진영과 사뭇 다르다. 그러다 보니 보수진영의 후보들도 두 후보의 공세에 가세, 거칠고 낯 뜨겁다. 문·안후보 간의 혈투에다, 나머지 정당 후보들의 사활 건 공세는 싹수 노란 한국정치를 보는 듯하다.

정책과 검증이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후보들은 미래 비전에 맞춘 정책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껏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5대, 10대 공약들은 손에 잡히는 게 없다. 1번 공약만 봐도 문 후보는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안 후보는 `튼튼한 자강 안보와 한반도 비핵화`, 홍 후보는 `강한 안보, 강한 대한민국`이다.

문제는 이 정책과 공약을 제시로 그칠 일이 아니다. 설전할 게 아니라 후보 간에 철저히 연구 검토해 장단점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 가능성 여부를 따져보는데 주력해야 옳다. 정책과 공약이 국가 재정만 소모하는 것은 아닌 지, 실현 가능한 지,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은 아닌 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인물 검증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자, 가족들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문 후보의 경우 아들 채용 특혜 의혹이, 안 후보는 부인인 김모 교수의 서울대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 검증도 철저히 해야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는다.

검증은 그러나, 자질 분석을 명분으로 헐뜯기, 네거티브 공방으로 흘러서도 곤란하다. 대통령감인지를 보는 검증이어야지 모함과 상처내기라면 또다시 염증을 느끼게 된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검증 부실이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초래,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안 양강 구도 속에 돌입한 대선 레이스는 점차 거칠어진다. 지난 13일 첫 TV 토론에서도 봤지만 후보 간에 깎아내리려는 것처럼 이제 강도는 더할 것이다. 말로 시작되는 선거운동은 인터넷과 SNS 상에서 흑색선전,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지혜로움이 유권자의 몫이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