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5.9 대선을 한달 앞두고 단상단하(壇上壇下)가 뜨겁다. 뜻하지 않게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어 앞당겨진 선거바람 때문이다. 쪼개지고, 갈라지고, 떠나고 나뉜 정파들이 후보들을 뽑기에 바빴다. 그 바람에 남녁의 봄바람도, 봄 꽃도 잊었지만, 어김없는 계절의 중간에 서있다.

문제는 그 뒤다. 적폐(積幣)를 청산하겠다던 정치권이 또 그 수렁에 빠졌다. 점잖을 떨던 그 유력 주자들이 어느새 혈투의 전사로 변했다. 남을 헐뜯고, 고함지르고 욕하고, 삿대질하던 저급한 정치적폐를 청산하자던 그들이 일구이언의 허언(虛言) 놀음에 빠졌다.

역시 선거는 입싸움이다. 말싸움이다. 같지도 않은 말, 몰랐던 말이 섞이고 섞여 혼란스럽다. 엊그제 각당 대선 후보들이 확정되자 이제 네거티브가 판을 친다. 후보 됨됨이를 따져본다는 구실로 말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명분이다.

후보 검증은 당연하다. 후보의 자질을 따지자는 것은 옳은 일이다. 어느 때보다도 당연하고 당연하다. 최순실 씨와 주변에게 농락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봐서도 더 엄격해야한다. 자질도, 능력도, 인품도, 위기관리 능력도 나라의 리더라면 무엇보다 검증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아놓고 수없이 후회를 해왔다. ‘감이 안되는’ 인물을 선택해 놓고 한 두 번 무릎을 쳤느냐 말이다. 어느 앞바다에 후회하는 손가락이 떠다닌다느니, 어느 다리 밑에 누굴 찍은 손가락이 널려있다느니하는 우스개소리를 듣지 않았던 가. 검증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싹수가 노랗다. 후보 간 헐뜯기가 점차 도를 넘는다. 대선 초반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구도가 형성되자 양측이 날이 서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의 공방도 도를 넘는다.

그 중에도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난타전은 9일 현재도 멈추지 않고 있다. 두사람이 ‘오차범위내’ 양강구도에 함몰되고 보니 더하다. 문 후보측은 안 후보에 대해‘사드(THADD.고고도미사일체계)와 관련한 말바꾸기‘와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특혜 채용' '포스코 이사회 의장 때 역할 논란'을 꼬집었다,

안 후보측도 문 후보에 대해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문 후보는 적폐세력이며, 심지어 국정농단세력과 손잡으려 한다며 맞불이다. 두 후보는 상대의 허를 찌르며 사생결단을 하는 모습이다. 양측 공보단과 대변인단은 자당 후보 선전보다, 상대에 대한 싸움닭 역할로 변신한 모습이다.

헐뜯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안 후보측은 아침 회의 때마다 문 후보를 공격해 ‘문모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문 후보 측도 맞받는다. 안 후보의 조직폭력배 연루설 보도에 문후보측은 사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가족사와 경력을 문제삼아 공세를 퍼붓는다..

한국당 홍 후보와 바른정당의 유 후보 간의 공방도 마찬가지다. 홍 후보측은 유 후보를 겨냥, 가출소년들이라며 바른정당 세력을 부정하고 있다. 응석부리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며 상처를 내고 있다. 배신자들이니, 배은망덕한 부랑아들이니, 서자 (庶子)정당이니 하여 유 후보측을 깍아내린다.

유 후보측도 한국당과 홍 후보를 싸잡아 공격한다. ‘박근혜=최순실=자유한국당’이라는 국정농단세력으로 공격해댄다. 홍 후보에 대해서는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 중인 무자격자라고 아픈 구석을 찌른다. 구 여당으로 나라꼴이 이 모양인데 집권하겠다니 뻔뻔하고 무례하다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게 지금이 대선판이요, 대선 후보들이다. 당당한 선거판인지 서로 흠집내기 경연장인지 개탄스럽다.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할 곳의 모습이 아니다. 더더욱 나라의 미래를 말하여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경쟁인지 의심스럽다.

거듭 말하지만 후보 자질과 제기된 검증은 필수다. 문 후보든, 안 후보든 각종 제기된 의혹은 반드시 검증받아 규명되어야 한다. 그저 ‘의혹은 아니다’, ‘상대가 너무한다’식으로 적당히 덮으니까 이번처럼 국정농단 사태가 나는 것 아닌가.

후보들에게 제기된 의혹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후보들도 성실히 설명해야 옳다. 그런데도 이들에게는 대선 승리밖에 안보이는 듯하다. 상대를 곤란하게 해서 얻는 대선판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럴 땐 선동이 통하고, 상대를 허위사실이나 루머, 흑색선전이나 마타도어에 의지해 얻는 금메달일 뿐이다.

후보들의 정책이 실종됐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향후 5년, 아니 10년, 20년... 우리의 생존과 먹거리에 대해 말하고, 임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과 구상이 없어보인다. 한반도 미래와 정세, 외교.안보문제,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 경제. 민생회복방안, 각국과의 통상문제등... 이에 대한 정책은 관심에도 없다.

5.9대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쪼개진 민심을 어떻게 모을지부터 정책 검증이 막중하다. 채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간 때문이다. 준비도 소홀한데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던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대다수인데 그들의 자질과 능력도 확인하지 않고 뽑아놓고 어찌할지 답답하다.

그래서 검증을 제대로 해야 된다. 헐뜯기 경연이 아니라 정책검증으로 승부를 내야한다. 각당 후보의 대변인들의 비난일색인 선거판의 혁명도 검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토론을 통해 후보 간의 공약과 정책, 리더십의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급조되거나 인기몰이식 공약, 실현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정책을 내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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