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공교롭다. 지난달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 등으로 구속수감됐다. 대통령 직에서 파면된 지 21일 만에 영어의 몸이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대성통곡했다고 알려졌다. 그게 그날 새벽이었다. 바로 그날 몇 시간 뒤에는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정당의 축제라는 전당대회를 열고 말이다.

현장을 유심히 봤다. 홍 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진태 의원,김관용 경북지사가 나와 정견을 발표했다. 나름대로 말이다. 한데 그 기조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사과는 거의 없었다. 몇 시간 전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데 대한 입바른 대국민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대신 환호와 박수, 기쁨이 넘쳤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투가 주류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것은 탓할 노릇만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의아하지 않을 수없었다. 2007년 이명박-정동영이 혈투를 벌일 때 한나라당은 전직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을 들어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내지 말라던 그들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저런 비판을 들어 정동영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외쳤던 당시 한나라당이었다. 그랬던 그들의 입장은 이제 정반대다.

김광림 선관위원장이 후보별로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환호와 갈채가 터졌다. 그래서인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한국당과,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를 겨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홍 지사의 선출을 "나라망신 그만 시키고, 폐업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맹공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자당 소속 대통령이 형사 피의자로 수감 된 날, 또 한 명의 형사피의자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법치는 민주체제의 근간인데 반체제 정당도 아니고, 93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원내 2당이 벌이는 엽기적 행태에 할 말을 잃었다. 해외토픽감"이라고 했다. 여기에 "(홍 후보의) 당선 일성이 '박근혜 용서할 때가 됐다'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어 국민도 할 말을 잃었던, 그들은 아무 일도 없는듯하다. 국민에게 진정된 사과나 용서를 구하지 않고 또 집권하겠다고 후보를 냈다. 그리고는 나라 꼴을 엉망으로 만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는 상대 당 후보들을 공격해댄다. 당의 이름을 바꿨으니, 욕먹을 일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일까.

버젓이 후보를 내고 표를 달라는 것이다. 이게 과연 사리에 맞는 일일까. 믿고 맡긴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되고, 그런 대통령이 구속되어 나라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어 놓고 국민에게 다시 정권을 달라고 하니 말이다. 후보를 내든 말든 그 판단이야 당과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또 이를 보고 표를 던지는 것도 국민이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한국당의 뻔뻔함도 그렇지만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도 당 안팎에서 말이 많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실형을, 그러나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무죄라면 다행이지만 유죄라면 문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오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가리지 않고 한 그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탄핵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선후보 수락연설이라고 보기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검사 출신의 법조인으로 마치 성급하게 면죄부를 던진 느낌이다. 그리고는 보수우파의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며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당내 친박 인사들의 2선 후퇴를 주장하다가 갈라선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에게 돌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준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 좌절과 불안, 분열의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당시 집권당으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허탈과 배신에 책임이 있다면,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거듭나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용서와 함께 등돌린 민심이 회복, 다시 응원하고 지지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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