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남북분단 이후 최초로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세계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다. 특히, 수행원 없이 남북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걸으며 나눈 환담은 일명 ‘도보다리 회담’으로 일컬어지며 남북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남북 정상들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개성지역에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모든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정착,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을 비롯한 도로망 연결,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내며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온 겨레가 들떠있었다.

4.27 판문점 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여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위원장과 ‘9.19 공동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19 군사합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남북 평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은 다시 한 번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너져버렸다. 4.27 판문점 회담의 결과물 중 가장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 평가받던 개성지역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 16일 북한의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처참하게 폭파되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겁박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 후 “연락사무소 폭파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고 위협하며 조만간 금강산 특구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북한에 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지난 2017년 5월 10일 출범 이후 평화를 최대 성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김여정 부부장은 남쪽에서 완전 스타가 됐어요.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예요”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두 정상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그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6.15 선언 20주년 대북 메시지를 통해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만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리며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북한의 이번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저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우습게 알고 있으며, 더 이상 우리 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리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우리 측 자산이자 우리나라의 외교공관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는 저들이 어떤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처참한 파괴를 교훈 삼아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낭만적 민족주의에 빠져 남북 정상의 화해 퍼포먼스에 도취에 있으면 안 된다. 우리 민족 그 누구도 평화적 남북통일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대 로마의 전략가 Vegetius(베제티우스)의 명언처럼 남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저들을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철저한 안보의식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우리의 호의를 처참하게 짓밟는 저들에게 계속 낭만적 민족주의에 빠져 굴종적인 자세로 평화만을 부르짖는다면, 저들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보다 더한 짓도 강행하리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남북 분단 이후 저들은 한 번도 자신들의 전략을 바꾼 적이 없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저들이 자신들의 난국 타개만을 위해 전술만을 수시로 바꾼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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