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결장한 가나 상대로 빌드업·공격 패턴 실종
슈퍼스타 의존 속 전술 완성도 미흡…조 추첨 리스크 커져

이태석 선수가 A매치 첫 골을 기록했다. / KFA
이태석 선수가 A매치 첫 골을 기록했다. / KFA

한국 축구대표팀이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상대가 주전 다수가 빠진 조합이었음을 감안하면 승리의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술적 완성도와 팀 전체 조직력 역시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내내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수비·미드필드·공격 라인을 연결하는 패스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방에서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패스 각도와 중간 거점이 부족해 빌드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고, 미드필더들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채 공을 소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공격 전환 속도는 늦어졌고, 대부분의 공격 시도가 측면이나 후방에서 단순히 공을 돌리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전방으로 공이 넘어가는 장면을 봐도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패턴보다는 개인기와 상대 실수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정교한 패턴 플레이나 2선 연계 공격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결정적인 찬스는 순간적으로 기술을 발휘한 개별 장면에 가까웠다.

한국이 가나의 사실상 2군 조합을 상대로도 공격 패턴을 재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술의 완성도 부족이 다시 확인됐다.

공격 시 대표팀이 선택한 3-2-5 전형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공격 숫자는 많았지만 간격만 벌어진 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이 부족했다.

공간 창출, 침투, 2:1패스 등 공격 전술의 핵심 요소가 작동하지 않았고, 위협적인 크로스나 박스 주변 조합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보니 오히려 공을 잃은 뒤 수비 전환이 늦어져 상대에게 역습 공간을 내주는 장면도 반복됐다.

수비 역시 조직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중원 압박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수비 라인이 반복적으로 내려앉았고, 세컨드볼 회수도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수비진은 위기에서 공을 멀리 걷어내며 버티는 장면이 많았다. 상대가 정상 전력이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실점 억제는 전술적 안정성보다는 개별 수비 능력에 의존한 결과에 가깝다.

그럼에도 경기에서 빛난 선수는 분명했다. 손흥민은 조직된 공격이 없는 상황에서도 방향 전환과 드리블로 직접 찬스를 만들었고, 전방 압박 시 템포를 바꾸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민재는 수비 라인이 흔들린 상황에서도 넓은 커버 범위와 대인 방어로 위기를 차단하며 후방 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맡았다.

빌드업 단계에서도 김민재의 전진 패스가 사실상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이강인 역시 중원에서 전진성과 세밀함을 더하며 막혀 있던 공격 흐름을 풀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세 선수의 개인 능력이 경기의 균형을 유지한 셈이다.

희망적인 요소도 있었다. 조규성이 부상과 기복을 지나 다시 좋은 움직임과 연계 능력을 보여주며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고, 이강인과 함께 유소년 프로그램에서 성장했던 이태석이 과감한 침투와 득점으로 존재감을 증명한 점은 긍정적이다. 대표팀의 측면 전개가 단조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옵션이 발견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전술 완성도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미 2포트가 확정된 한국은 1포트 최상위 강호들과 반드시 만나야 한다.

3포트에는 최근 상승세인 노르웨이가 자리하고, 4포트에는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이탈리아 같은 전통 강호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만약 '1포트 강호–대한민국–노르웨이–전통 강팀'으로 묶이는 조가 형성된다면, 한국이 승점을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은 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팬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된다.

평가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기 구조를 벗어나, 조직적 전술 완성도를 갖추는 작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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