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노조 사상 첫 동시 파업 예고…'MZ노조'마저 등 돌린 불통 경영
가해자 승진시키고 "규정 없다"는 사장…'성인지 감수성' 제로(0) 드러내
노조엔 '법과 원칙' 강조하더니, 인사엔 '관행' 핑계…이중잣대 논란

서울교통공사 / 뉴스티앤티
서울교통공사 / 뉴스티앤티

서울교통공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밖으로는 3개 노조가 모두 등을 돌리며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갔고, 안으로는 성희롱 2차 가해자를 승진시키는 촌극을 벌여 '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드러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노사 갈등과 경영진의 윤리 의식 부재가 겹치며 공사는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MZ노조'까지 거리로 나선 이유

연말 서울 지하철에 '교통 대란'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통상 강성 노조가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실리'를 중시하던 제3노조(올바른노동조합, 일명 MZ노조)마저 머리띠를 맸다.

17일 시청 앞 출정식에서 울려 퍼진 MZ노조의 함성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었다. 이들은 "공사가 노조의 요구에 무조건적인 '수용 불가'만 외치며 최소한의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3.0%)조차 지키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와 인력 감축 계획에, 합리성을 중시하던 젊은 직원들마저 절망감을 느낀 것이다.

현재 1노조(민주노총), 2노조(한국노총), 3노조(MZ노조)는 모두 쟁의행위 찬반 투표와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사상 초유의 '3개 노조 연대 파업'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 옥죄면서 가해자는 '초고속 승진'…무너진 공정

경영진이 직원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동안, 정작 내부에서는 성희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직원들을 승진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를 단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이경숙 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진급 심사 당시 감사실로부터 "성희롱 2차 가해 혐의로 조사 중이니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해당 직원들의 승진을 강행했다. 심지어 승진자 중 일부는 이후 혐의가 인정되어 징계를 받았다. '징계받을 사람'을 '간부'로 올려준 셈이다.

노조와의 협상에서는 그토록 '원칙'을 따지던 경영진이, 정작 성비위 관련 인사에서는 감사실의 경고조차 무시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장의 "규정 없다" 발언… 기름 부은 격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의 인식 수준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가해자 승진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인 자를 제외하라는 규정이 없어 승진시켰다"고 답변했다.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이자, 또 다른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법원 판례와 통상적인 공공기관의 인사 관행상, 중대 비위 혐의자는 당연히 승진 배제 대상이다. 그럼에도 기관장이 나서서 "규정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공사의 성인지 감수성이 바닥에 떨어졌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이경숙 의원은 "사장의 인식 부족 자체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규정 명문화와 경영진의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리더십의 총체적 난국

지금 서울교통공사 경영진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직원들은 "일할 맛 안 난다"며 파업을 준비하고, 외부에서는 "성희롱 가해자나 챙기는 조직"이라는 조롱이 쏟아진다.

직원들의 정당한 처우 개선 요구는 외면한 채, 성비위 혐의자에게는 관대했던 경영진의 '이중잣대'가 해소되지 않는 한, 노사 갈등의 불길은 잡히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공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멈추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뼈를 깎는 쇄신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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