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마약퇴치예방교육특별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중·고등학생 마약 인식 조사에서,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의 마약예방교육이 지루하고 형식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건강에 해로운 물질’ 정도로 인식하는 비율도 높아, 현행 교육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시내 중·고등학생 1만61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 결과, 마약을 ‘매우 위험한 범죄’로 인식한 학생이 53.4%였지만, ‘건강에 해로운 물질’로만 생각하는 응답도 34.1%에 달했다. 이는 청소년 상당수가 마약의 범죄성과 사회적 파괴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약 사용의 결과에 대한 질문에서도 ‘건강 악화’(40.6%)와 ‘범죄 연루’(29.5%) 순으로 응답이 나와, 신체적 피해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확인됐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묻는 문항에서는 “호기심을 전혀 가져본 적 없다”가 81.7%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가끔 궁금했다”는 응답도 16.4%에 달했다. 호기심을 유발한 계기로는 ‘인터넷·유튜브·SNS’가 21.1%로 가장 높았고, ‘연예인·유명인 사건’(20.2%), ‘영화·드라마·음악 등 콘텐츠’(11.6%)가 뒤를 이었다. 온라인 콘텐츠가 청소년 마약 노출의 주요 경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예방교육의 경우 ‘여러 번 받았다’는 학생이 73.4%로 많았으나, 40.6%는 “지루하고 형식적이었다”고 답했다. 학교별 편차가 크고, 반복적 주입식 교육이 이어지고 있어 실제 위험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학생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꼽은 예방 방식은 ‘실제 피해자 사례 공유’(33.6%)가 가장 많았고, 이어 ‘정기적 교육’(28.9%), ‘전문가 강연’(17.0%)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론 중심의 교실 수업보다 현장감 있는 체험형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종배 위원장은 “청소년이 마약을 단순히 ‘해로운 물질’ 정도로만 여기거나 SNS를 통해 호기심을 갖는 현실은 국가적 위기”라며 “온라인상 무분별한 노출을 방치한다면, 우리 세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약예방교육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실제 피해자 경험담과 영상, 체험형 프로그램, 경찰·의사 등 전문가 참여를 통해 교육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마약은 단 한 번의 호기심이 평생을 망치는 파괴적 범죄”라며 “서울시의회가 청소년을 마약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추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