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가배상 청구 소송이 금융감독기관의 책임 회피와 절차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주목을 받고 있다.

원고는 시민단체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상임대표이자 NGO글로벌뉴스 발행인으로, 제일은행의 불공정거래 피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조정·구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제일은행이 고객에게 ‘꺾기’(예금 강제 가입)와 부당한 어음 결제를 요구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해당 행위의 불법성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인정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10년 감독기관에 피해자 조정 방안을 강구하라고 공식 권고했지만, 감독기관은 10년 넘게 ‘조정 불성립’ 회신을 반복해왔다는 것이 원고 측 설명이다.

원고는 2011~2023년 수십 차례 민원·청원을 제기했고, KBS 9시 뉴스 보도와 대통령 건의서, 국회 청원심사소위원회 의결 등으로 공익 제보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감사 절차도 쟁점에 올랐다. 원고는 제일은행 불법행위와 감독기관의 ‘무대응’을 감사원에 제보했으나, “30년간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관련 과거 보도 사례와 정부 부처의 지시 경위도 자료로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는 절차 위반 공방이 벌어졌다. 피고 측이 답변서 제출 기한 연장을 받았지만 다시 기한을 넘겨 제출했고, 원고는 이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과 대법원 2018다229564 판례를 근거로 ‘의제자백’ 성립을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 답변서가 사실관계를 왜곡·허위 기재했다며 정당한 변론 활동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관 간 입장 불일치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조사역은 피해자 조정 가능성을 인정한 반면,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는 조정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이를 ‘책임 회피 구조’의 사례로 지적하며, 헌법재판소 결정(98헌마425, 2002헌마318)을 인용해 청원권 및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다.

원고는 꺾기로 개설된 예금 2,520만 원과 부당 결제로 처리된 어음 2,174만 원의 반환을 구하고,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 지급을 청구했다. 여기에 피고의 허위 주장에 대한 제재와 소송비용 부담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기관의 책무와 공공기관의 직무유기, 소송 절차 준수 문제를 가르는 기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어 향후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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