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이현경

이현경 / 시인
이현경 / 시인

전철을 타고 옥수역을 지나가는데
한강 다리가 훤하게 나타났다

지는 햇살에  강물이 붉다

멀리서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시간을 풀어놓은 물결이 겹겹이 겹쳐진다

비밀을 숨겨놓은  물속을 순간 열어보고 싶다

앞길을 모르는 우리네 인생처럼
저 물밑에 천 길 벼랑이 있을까

순식간에  다리를 건너갈 무렵

풍경처럼 서있던 아파트 그림자들이
착시에 빨려들 것 같은 강을 움켜쥐고

물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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