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송철호 시장과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가운데, 지역 정가는 대전 중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 원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위원장 김경협)가 황 원장을 적격 후보로 판정한 다음날 검찰에서 황 원장을 기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황 원장은 “예정된 수사결론을 도출하는 검찰권 남용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황 원장 공천 적격 여부를 다시 판단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황 원장이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를 당한 상황에서 우리 형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하여 4.15 총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황 원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12월 3일 공중파도 아닌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유투브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에 출연하여 “만약에 경찰이 정말 김기현 시장의 선거에 나쁜 영향을 주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김기현 시장을 얼마든지 피의자로 불러서 망신 주기 수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소환 조사도 안했다”, “참고인 신분으로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배은망덕”, “그렇게 배려했는데”라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과연 12만명이나 되는 경찰공무원 중에서 치안총감 1명과 치안정감 6명 다음 계급의 치안감이라는 고위직인 황 원장의 이런 행보를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고운 시선으로 바라봐 줄지 의문이다.

또한 황 원장은 지난 7일 동아일보에 공개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공소장 전문에서 피고인으로 총 46차례나 언급되고 있다. 앞으로 황 원장의 혐의는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是是非非(시시비비)를 가리겠지만, 황 원장이 법적인 책임을 벗어나더라도 도덕적인 비난에서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권력을 위해 한탕 해주고 의원 되는 거.. 정권은 바뀌어도 하는 짓은 똑같다”고 비판하는지를 황 원장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7일에는 당내 경쟁자인 송행수 예비후보가 대전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공무원 신분의 황 원장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만 보아도 아직 공무원 신분인 황 원장의 행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당내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황 원장의 출마 강행으로 인해 4.15 총선이 정책 대결과 지역 발전을 위한 대결의 장이 아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선거기간 내내 지역 선거판을 뒤덮는다면 정책 대결이 실종하게 되는 불행한 일이 초래될 확률이 높다. 황 원장이 이렇게 平地風波(평지풍파)를 일으키면서까지 출마를 강행한다면, 35년 넘도록 국민의 녹을 먹어온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올바른 처신은 전혀 아닌 것 같다.

황 원장에게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전승으로 기록되고 있는 살수대첩에서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의 우중문에게 보낸 與隨將于仲文詩(여수장우중문시)의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 전쟁에 승리한 공적이 이미 높았으니 이제 만족하고 그만둠이 어떨까) 구절을 한 번 읊조려 보기를 권하고 싶다. 황 원장! 이제 족함을 알고 스스로 공천을 철회해라! 황 원장의 주장이 나중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이번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사실이 입증됐을 경우 乘勝長驅(승승장구) 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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