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이현경

밤새 그림자를 훑어내며
어둠이 뒤척입니다
기꺼이 잠에게 묶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꿀맛 같은 잠을
한 번이라도 좋으니 늘어지게 자고 싶습니다
불을 끈 까만 공중으로 검은 숲이 펼쳐지고
반복적으로 어두워졌다 뭉쳐지고 풀어집니다
많은 시간을 감아놓은 밤으로
들락말락 반쯤 깬 옅은 잠이
천 개의 생각을 끌고 와,
날밤이 새도록 긴 그림자를 훑어내며
어설픈 집 한 채 짓다 부셨다
다시 짓기를 반복합니다
어느새 헐렁한 집으로 여명이 비취네요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맞으러
잘린 잠의 단면을 들고 숲을 걸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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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티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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