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한국 추리소설의 품격을 높이며 한 획을 그은 작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검사 출신 추리소설가 권중영이다. 책 홍보를 위해 법조인이라는 특별한 경력을 앞세운 것이 결코 아니다. 직업에 대한 경륜은 그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경험에서 우러난 감각적인 묘사, 수준 높은 현실성, 탄탄한 논리성 말이다.
권중영 작가의 처녀작 ‘타임 시리즈’는 ‘침묵의 시간’, ‘완벽한 시간’, ‘타인의 시간’으로 총 3권이다. 각 작품은 작가의 법조 경험을 토대로 하되, 이를 뛰어넘어 인간과 사회를 향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며, 단순한 추리소설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침묵의 시간’은 탐정을 꿈꾸던 작가의 어린시절의 소망, 추리소설을 읽어온 수천 권의 독서량, 검사 시절 특수한 경험이 긴 세월 속에서 임계점을 넘어, 글로 터져 나온 첫 작품이다. 그는 문학 속 탐정이 되어, 꿈의 시간을 활자로 새겼다. 주인공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통해 침묵한 사람들의 진실을 감성과 논리로 파헤친다. 추리를 넘어 인간 내면과 사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이 작품은 범죄의 진실을 밝히며 ‘침묵의 시간’을 깨는 이야기지만, 권중영 작가 또한 법조계에서 ‘침묵’해왔던 꿈을 깨고 소설로써 실현했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서사의 시작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두 번째 작품 ‘완벽한 시간’은 예술 세계의 심화와 확장을 보여준다. 한 가족의 죽음과 실종이라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복잡한 심리와 추리에 시행착오를 겪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알리바이가 완벽한 완전범죄였지만, 탐정은 수치와 시간에 집중하여 완벽을 깬다. 혼돈의 시간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다. 완벽한 시간을 맞추며 화려한 결말로 이끌며, 추리소설의 본질적인 쾌감을 극대화한다.
퍼즐 맞추듯 끊임없이 단서를 재구성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탐정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치밀한 두뇌 게임을 선사한다. 등장인물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모두 용의자로 보이며, 섬세하게 표현된 묘사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사건 전개 속의 심리적 긴장감은 이 작품의 백미다.
마지막 작품 ‘타인의 시간’은 ‘타임시리즈’의 정점이자, 철학적 깊이를 더한 걸작이다. 탐정은 다양한 표식을 초감각적으로 알아채며 노련미를 갖췄다. 현란한 추리의 방점을 찍는 마지막 편은 이단적 종교 행위로 자유의지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과 그것을 악용하는 존재를 날카롭게 고발하며, 단순한 추리소설의 경계를 넘어선다.
특히, ‘타인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삶에 놓여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독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 추리의 맛도 보면서, 집단의 원형(原型)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철학적 질문에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권중영 작가의 ‘타임 시리즈’는 철학적 사유를 동반하며, 추리를 초월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일차적으로는 범죄 경험이 생생하게 반영된 치밀한 묘사와 섬세한 논리로 독자들에게 소름 돋는 생동감을 맛보게 하며 추리소설로서 제 몫을 다했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며 감정의 영역까지 추리하는 것은 다른 추리소설에서 보기 힘들며 매우 수준 높다 하겠다. 시간 속 진실을 밝히며 삶에 대해 철학적인 사유를 주는 그의 문학세계는, 독자에게 재미를 넘어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 특유의 감성과 통찰력이 가미된 타임시리즈의 탄생으로, 권중영 작가는 한국 추리소설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할 만하다. 그가 앞으로도 추리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하기를 기원한다. 한류를 타고 K-콘텐츠가 성장세에 있는 지금, 그의 문학을 통해서 K-추리소설도 글로벌 콘텐츠화 되어 세계 속에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