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 평론가

매년 11월 셋째 주, 이탈리아는 ‘세계 이탈리아 음식 주간’을 맞아 전 세계에 자국의 음식을 널리 알리는 축제를 한 주간 연다. 한국에서도 이 기간은 이탈리아 대사관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문화원, 무역공사, 관광청, 상공회의소 등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아 풍성한 행사를 선보이며, 이탈리아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선다.
올해도 그 중심에는 서울 콘래드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2024 이탈리아 갈라 디너(Italy Gala Dinner)’가 있었다.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탈리아 상공회의소(ITCCK)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풀리아(Puglia) 지역의 풍요로운 문화와 미식을 알리는 자리였다. 풀리아는 장화 모양 반도의 굽 부분에 위치하며, 신선한 식재료와 독창적인 요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행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품격과 세련미로 가득했다. 로비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며, 풀리아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있었고, 칵테일과 카나페를 즐기며 자연스러운 교류할 수 있는 스탠딩 파티존이 있었다. 만찬장이 열리자 흰 원탁에 정교한 테이블 세팅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네임카드와 콘래드 생수, 황금빛 페레로 로셰 초콜릿, 아름다운 꽃장식이 더해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테이블 위에는 물 잔과 찻잔 외에도 와인잔이 4개씩 놓여 있어 정통 이탈리아 식사의 격조를 짐작하게 했다.
풀리아 출신 미슐랭 1스타 셰프 크리스티나 바워만(Cristina Bowerman)의 요리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그녀는 로마의 ‘글라스 호스타리아(Glass Hostaria)’ 수석요리사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400인분의 요리가 밀려오는 파도처럼 원탁 위로 순식간에 퍼졌다. 올리브 치아바타에 블랙 소금과 거품형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식전 빵, 캐비아와 비트가 고명으로 아몬드유에 푹 담가진 방어회, 브로콜리와 카시오카발로 치즈가 조화를 이룬 라자냐, 데미글라스 소스를 더한 근대잎과 버섯, 샐러리가 곁들어진 잘게 찢은 소고기 요리는 모든 감각을 만족시키는 걸작이었다. 디저트로 제공된 에스프레소 맛 베일리스 아이스크림은 식사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한 수였다.
‘타란타의 밤(La Notte della Taranta)’이 서울에서 펼쳐졌다. ‘La Notte della Taranta(타란타의 밤)’는 이탈리아 풀리아(Puglia)지역의 축제 이름이다. 연회장은 소프라노 조현애, 테너 유현욱의 축가에 이어, 폴리아 전통춤으로 금세 축제장이 됐다. ‘La Notte della Taranta’ 유명 공연단은 모두를 매혹적인 춤과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흑갈색의 긴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무희들은 현란한 몸놀림으로 관객을 매료시켰고, 참석자들도 자정이 넘도록 함께 춤을 췄다.
죽지 않으려면, 춤을 춰야 한다!
‘타란타(Taranta)’의 어원은 ‘타란툴라’로, 독거미 ‘타란툴라’에게 물리면 해독을 위해 춤을 췄다고 하는 폴리아 전설에서 유래한다. 타란타(Taranta)는 단순한 춤을 넘어 폴리아의 전설, 신체적 정화와 정신적 해방, 모두를 함축하는 문학적 용어로, 폴리아의 정체성과 공동체적 결속의 총체적 상징이다.
필자는 석주문화재단 윤재원 이사장의 초대로 이 특별한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윤 이사장은 양국의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2022년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석주문화재단 회원들인 이탈리아 영화 배급사 IL Media 홍재완 대표, 의료기기 전문회사 림헬스케어 이명조 대표, 바가노바 아카데미 문의숙 대표, 정혜진 전)서울시립무용단장, 한익환 서울아트박물관 한유진 관장, 아트갤러리&메디컬센터 M square 임창균 회장, 레스토랑 미도반 추지영 대표, 이지영 소프라노도 함께 초대했다.
석주문화재단은 한류와 백제 문화를 이탈리아 고대 문명과 융합하는 축제를 구상하며, 민간외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2025년 문화수도 선정도시이자, 2500년 역사도시인 아그리젠토에 방문해 고전무용, 음악, 차, 박물관 기술 심포지엄을 선보여 한류 문화를 성공적으로 알리며 교류한 바가 있다. 이런 활동은 문화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외교적 가치 창출로도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서도 이탈리아 대사 에밀리아 가토, 이탈리아 무역공사 구엘리 사장과 주요 관계자들은 윤 이사장과 석주문화재단 회원들에게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전하며,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2024 이탈리아 갈라 디너는 만찬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문화를 통한 화합과 상호 이해를 깊게 만든 특별한 자리였다. 음악, 미식, 춤이 어우러져, 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우정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민간외교의 품격 있는 모습은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타란타의 밤을 재현한 서울의 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