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회오리를 몰고 온 지 여러 달 째다. 재판을 이끌어온 박한철 헌재소장이 31일 임기를 마쳤다. 다음 달 13일 임기를 마치는 이정미 재판관이 헌재소장 대행을 맡아 헌재를 이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오는 13일 끝내야 한다는 것이 박 전 소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탄핵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이 즉각 업무에 복귀하지만, 인용되면 정치권은 곧바로 대선체제로 들어선다. 연말 대선이 반년쯤 앞당겨진다.

그러다 보니 너, 나 모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과 바른정당의 남경필,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등 정당 후보에다, 반기문, 정운찬 등 적잖은 이가 대권에 나섰다.

여기에 손학규, 김종인 등 몇몇 정치인들도 후보군에 나서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역시 여권 보수진영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래저래 합쳐보면 무릇 20명 안팎이나 된다.

이를 ‘대통령 감’여부를 떠나 이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 기회만 되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0-80년대 미국도 그랬다. 닉슨과 포드가 대통령이 됐을 때도, 이후 레이건이 됐을 때도 그랬다.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자리’라고 비꼬았다.

우리는 더하다. 말로는 준비된 대통령이니, 시대에 맞는 대통령감이라고 포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식이나 자질, 품격이 떨어져도, 성격에 결함이 있어도, 덕망이 없어도 괜찮다. 대중적 인기를 얻어 선거전만 잘치르면 대통령이 된다.

이게 민주주의 장점이면서 큰 약점이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다고 되풀이한다. 제도적 약점을 등에 업고 상대들은 집권 초부터 실망하고 좌절하고, 비난만 퍼붓는다. 제도에 따라 선택해놓고 흔드는 이상한 풍조다. 제도적 약점을 알면서도 잘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우연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 리더라는 그 자리는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부터 필요한 자리다. 능력과 권위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런 능력과 권위는 권력을 오래 잡는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또 학식이 많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탄핵 결론도 나기전에 4월 말 대선이니, 5월 초 대선이니 판이 짜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쪼개져 보수당이 두 개나 됐고, 야당은 색깔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책을 놓고 호남벌판에서 사활을 건 정쟁이 한창이다. 뒤늦게 뛰어든 일부 후보는 빅텐트니, 정책연대니, 기존정당입당을 놓고 고심 중이다.

어느새 우리 대선판은 결국 보수 대 진보로 갈렸다. 보수대 진보의 지지층은 49대51 싸움이라는 예측도 쏟아진다. 얼마전까지 유권자층은 보수가 약간 더 두꺼웠다는 평가다.결국 보수대 진보로 갈릴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몇몇은 대선 캠프를 차리고, 참모진도 꾸렸다. 사실상 지지모임을 만들고 활동 중인 몇몇은 2월 말, 3월 말 매머드급 대선캠프를 차린다. 개헌 여부를 놓고 주자 간 회동과 단일화까지 모색하는 분위기도 활발하다.

불행인지 모르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정세속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어떻게 지킬 건지 진지한 정책이 없다. 먹고살기 힘든 민생문제, 취업과 교육, 복지 등의 공약도 없다.

그러니 대통령의 자질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들이 집권했을 때 어떻게 국민을 지키고, 무엇으로 먹고살고, 향후 어떤 교육을 통해 후세를 이어갈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저 표를 얻어 대통령에 오르려는 욕심과 탐심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대통령 복이 어지간히 없다는 정치평론가의 말이 실감 난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말년과 재임 중 무능과 무책임으로 그들 문화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이번도 박 대통령-최순실게이트로 번져 치러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래서 유권자가 눈을 부릅떠야 한다. 한국이 처한 현실, 한국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인물, 임기 5년 동안 한국을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킬 것인지의 리더십과 전문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선동해서 얻는 표, 엉터리 실적으로 얻는 표, 속빈 감정으로 얻는 표, 지역과 학연, 혈연으로 얻는 표로 책임자를 뽑을 수는 없다.

​설 연휴 동안 '뽑을 사람이 없다'는 민심은 이를 입증한다. 국민에게 겸손하고, 따뜻하고 책무를 다하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조롱을 받는 대통령이 아니어야 한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 대통령선거는 5년 임기의 국정책임자를 뽑는 것뿐만 아니라, 멈춰선 한국의 동력을 다시 찾는 선구자(프론티어)를 찾는 기본에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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