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7억원대 개발이익 공약했지만…미분양에 대한 책임은 ‘외면’

사업제안서엔 ‘개별난방’…경쟁사 ‘지역난방’ 호응 얻자 말 바꿔 홍보

신용등급은 ‘이현령 비현령’…경우에 따라 유리하게 기준 바꿔 ‘신뢰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전경 / 포털사이트 제공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전경 / 포털사이트 제공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중앙주공6단지 재건축에 출사표를 던진 포스코이앤씨의 오락가락 행태가 소유주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사업조건을 내세운 것도 모자라, 이에 대한 책임을 소유주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가구당 7억2000만원의 개발이익을 약속했다. 

이 같은 개발이익이 소유주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가 3.3㎡ 당(평당) 3400만원 이상 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분양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사업지 주변 신규 분양가나 시세를 보면 평당 2000만원 초중반 선에 머물러있다. 

실제로, 이달 분양에 돌입하는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단원구 고잔동)의 일반분양가는 2,400~2,5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다수의 전문가들이 향후 2~3년은 부동산 시장이 정체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만큼, 포스코이앤씨의 약속은 말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이 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포스코이앤씨, 신반포21차, 여의도 한양에서는 ‘대물변제’ 공약하고 안산 주공6단지에서는 ‘대물변제’ 제안 빼서 차별 논란

현실성 없는 공약도 문제지만, 포스코이앤씨는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통상 사업제안서에는 미분양 발생으로 인한 '대물변제' 항목이 포함돼 있어야 하지만 안산 중앙주공6단지에는 이 약속이 없다.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에서 사용한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의 홍보물 발췌. 미분양 발생 시 포스코이앤씨가 ‘대물변제’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업계 제공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에서 사용한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의 홍보물 발췌. 미분양 발생 시 포스코이앤씨가 ‘대물변제’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업계 제공

이에 반해 포스코이앤씨(당시 포스코건설)는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대물변제를 해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여의도 한양에서도 아파트, 오피스텔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약속을 내걸었다.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에서 사용한 포스코이앤씨 홍보물 발췌. 아파트와 오피스텔 미분양 발생 시 포스코이앤씨가 ‘100% 대물변제’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업계 제공
여의도 한양 재건축 사업에서 사용한 포스코이앤씨 홍보물 발췌. 아파트와 오피스텔 미분양 발생 시 포스코이앤씨가 ‘100% 대물변제’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업계 제공

대물변제는 미분양으로 인해 공사비를 현금으로 변제하지 못할 경우 아파트 등 현물로 갚는 행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산중앙주공6단지 소유주는 "서울은 잘 사는 동네라 책임을 지겠다고 한건가"라고 반문하며 "포스코이앤씨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실망했고, 믿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 포스코이앤씨, 사업제안서에는 ‘개별난방’방식 제안하고 소유주들에게는 ‘지역난방’ 홍보…시작부터 말 바꿔 빈축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전에서 벌이고 있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난방 방식을 선택하는 데서도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포스코이앤씨의 안산중앙주공6단지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회사는 개별난방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우건설이 지역난방을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소유주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포스코이앤씨는 말을 바꿔 지역난방이 준비돼 있다고 해명해 혼란을 증폭시켰다. 

 

포스코이앤씨의 사업제안서(좌)에는 개별가스보일러 설치를 제안하고 소유주 배포용 홍보물에는 지역난방(우)이 제안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 소유주 제공
포스코이앤씨의 사업제안서(좌)에는 개별가스보일러 설치를 제안하고 소유주 배포용 홍보물에는 지역난방(우)이 제안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 소유주 제공

실제로 지역난방의 경우 효율이 좋아 비용이 저렴하고, 개별난방에 비해 관리가 편한 장점이 있어 안산지역 대부분 아파트 단지는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중이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시공사의 입찰제안서는 계약서와 함께 법적인 효력을 갖고 있는 문서"라며 "제안서와 다른 사업조건을 홍보할 경우 입찰 박탈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측은 공문을 통해 “공사범위에 지역난방이 적용되어 있다”며 지역난방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의 근거가 되는 사업제안서에 개별난방을 명시하고 추후 지역난방으로 말바꿈 하는 것은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 뿐만 아니라 경쟁사에게도 (사업제안서 제출 이후) 조건 변경의 가능성을 열어 둬 논란이 커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 포스코이앤씨, HUG보증도 ‘여의도 한양’과 ‘안산 주공6단지’에 상반되게 적용해 논란 자초

한편,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주장한 것과 정반대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안산 중앙주공6단지 입찰에 참여하며, 자사의 신용등급(A+)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다 높은 신용등급이기 때문에 더 낮은 금리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자사의 신용등급보다 HUG보증이 더 유리하다며 안산주공6단지와는 정반대의 논리를 주장했다.

실제로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포스코이앤씨의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은 (AA-)로 포스코이앤씨의 (A+)보다 높기 때문에 더 유리한 주장을 하기 위해 HUG의 신용등급을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가 오락가락한 사업조건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회사가 올해 정비사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정작 세부적인 사업조건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시공사가 입찰제안서와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은 소유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시공사와 분쟁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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