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공사도급계약서에서 실수 잇따라…”대기업 맞아?”

조항 변경 통해 추가분담금 높이고, 책임 회피할 구멍 만들어

20년 경력 도시정비전문가 “이렇게 부실하고 이기적 건설사 처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 포스코이앤씨가 제출한 공사도급계약서. 입찰마감 후 공사비를 수기로 작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시정비업 사상 유래없는 촌극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 소유주 제공

유령 설계사무소 선정부터 계약금액 수기작성까지 경기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에서 '황당' 행보를 보였던 포스코이앤씨가 공사기간과 철거기간을 바꿔 쓰는 등 끝까지 보여준 무성의함으로 빈축을 넘어서 분노를 사고 있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포스코이앤씨의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공사도급계약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공사기간은 4개월, 철거기간은 37개월로 써 내 실소를 자아냈다. 가장 중요한 계약금액은 입찰시간을 넘겨 작성한 데다, 수기로 쓰는 등 전무후무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계약서에는 이름도, 도장도 찍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포스코이앤씨가 안산주공6단지에서 보여준 황당한 행보는 1군 건설사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라며 "다른 사업장에서 보여준 적 없는 이 같은 모습은 안산주공6단지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전경 / 포털사이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전경 / 포털사이트

본지가 확인한 포스코이앤씨의 계약서 곳곳에서는 시행자가 제시한 공사도급계약서를 입맛대로 수정해 추가분담금을 유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항목들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지체상금률의 경우, 본 공사는 1일 계약금의 1000분의 1로 명시했는데 철거공사비를 '포함'한 총 공사비의 3% 범위 내라고 부연했다. 이는 통상 철거공사비를 '제외'한 총 공사비의 일부를 본 공사의 지체상금률로 정하는 관례와 배치된다.

계약금액의 조정을 다루고 있는 제19조에서는 '현저한 물가 상승폭이 발생한 경우에는 갑과 을은 협의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다', '설계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 이로 인한 계약금액의 증감은 갑과 을이 합의하기로 한다' 등의 문구를 삽입해 추가분담금에 대한 포석을 깔아 놓았다.

 

안산 중앙주공6단지에 제출한 포스코이앤씨의 공사계약서. 불리한 조항들을 삭제하거나 자사에게 유리한 조항들을 끼워 넣어 소유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소유주 제공

또, 제1조 총칙 4항에서 포스코이앤씨는 "갑(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은 을(포스코이앤씨)에 토지를 제공할 때, 갑 또는 갑의 토지등소유자 토지의 소유권 및 사용권을 100% 확보해 을의 공사착공 및 분양 등 제 사업일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이어야 한다"고 해,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회피 문구를 포함했다.

여기에 제2조에서는 '책임준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해배상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제7조' 역시 아예 삭제해버렸다. 시공사 선정 후 미흡한 부분이 발생하더라도 소유주 측에서 아무런 보상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체상금과 관련한 제22조에서는 아예 공사지연시 추가분담금을 소유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갑의 귀책사유로 사용승인이 지체된 경우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로 공사가 지체된 경우에는 그 해당 일수 또는 해당 부분에 상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고 명문화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언급한 사례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 △을이 대체해 사용할 수 없는 자재의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갑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시공이 중단된 경우 등으로 모든 책임은 소유주와 남에게 돌리고 있었다.

지난 20년 이상 전국의 도시정비사업을 지켜본 한 부동산전문가는 "이렇게 부실한데다 이기적인 계약서는 처음 본다"며 "함께 한다고 자랑한 글로벌 설계사무소가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도 충격이었는데, 1군 건설사로서 불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안산주공6단지를 우습게 본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개탄했다.

 

포스코이앤씨가 17일 안산주공6단지조합에 보낸 안내문 / 사진제공=소유주
포스코이앤씨가 17일 안산주공6단지조합에 보낸 안내문 / 사진제공=소유주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협업한 글로벌 설계사무소가 거짓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해 글로벌 설계사무소와 함께 한다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던 것.

이후 새로운 설계사무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안산주공6단지 소유주들의 마음은 이미 실망과 함께 떠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유주는 "안산의 랜드마크가 될 안산주공6단지라는 말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입찰 전부터 특정인 유착관계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이앤씨가 결국 가장 기본이 돼야 할 계약서부터 설계사무소까지 모든 면에서 엉터리인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 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일원의 590세대 17개동 최고 5층 아파트를 약 1000세대 7개동 최고 38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금일(23일) 소유자 전체회의를 통해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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