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들, 재건축 차질 우려…”실망하고 후회하는 소유주 늘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조감도 / 소유주 제공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조감도 / 소유주 제공

재건축 조합 방식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과 초기 자금 조달이 유리하다는 장점으로 도시정비업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신탁 방식이 잇단 '헛발질'로 신뢰를 잃고 있다.

안산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수기로 작성한 제안서를 마감시간이 지난 이후에 받아주는 등 '전무후무'한 일도 발생해 소유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기도 하다.

1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와 목동에서 신탁방식에 의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데 모두 조합에 피해를 주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탁사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지 매수 협의가 되지 않는 단지 내 상가 부지를 사업 부지에 포함해 시정조치를 받으며 신탁사에 대한 불신과 책임론이 제기됐다.

목동7단지는 주민 간 신탁과 조합 방식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도중에 신탁사에서 양해각서(MOU) 체결을 강행하면서 목동 다른 단지에서도 신탁 방식에 대한 반대 기류가 번지는 분위기다.

안산 최초로 신탁방식 재건축을 채택한 중앙주공6단지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신탁사의 비전문적이고 비상식적인 문제는 안산주공6단지 시공사 입찰제안서 제출 시점부터 드러났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 제안한 포스코이앤씨의 투시도(좌측)와 대우건설의 조감도(우측)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 제안한 포스코이앤씨의 투시도(좌측)와 대우건설의 조감도(우측)

지난 4일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주공6단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문제는 시행사인 신탁사가 입찰지침과 관련한 법 조항을 숙지하지 못해 결국 일방적으로 한 시공사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 관련 법에서 규정한 공사비 포함 항목을 별도로 제시하라는 신탁사…업계에서는 ‘아마추어리즘’ 지적

신탁사가 시공사에게 제공한 입찰지침서에서 "시공사는 세대창고를 제안할 경우, 공사비와 면적을 별도 표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우선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세대창고 면적과 금액이 총 공사비에 포함될 수도, 제외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에 대우건설은 세대창고 금액과 면적을 모두 포함했고, 포스코이앤씨는 금액은 포함했지만 면적은 미포함시켰다.

하지만 건축법시행령 제119조에 따르면 바닥면적과 주택법 시행규칙 제2조·제2호나목에 따라 창고면적은 그 밖의 공용면적으로 분류되어 연면적에 포함이 되고, 이로 인해 가산해야 한다.

대우건설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제안서를 작성했지만, 신탁사의 부적절한 입찰지침에 맞춰 추후 공문을 통해 세대창고가 차지하는 면적과 금액을 별도로 표기해 제출하기도 했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의 비정상적인 입찰지침이 공정한 경쟁을 침해했다"며 "이 같은 무지가 곧 특정 건설사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로 비춰질 경우 추후 법적 이슈로 재건축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포스코이앤씨, 구비서류 누락으로 입찰마감 후 수기로 기재하고 신탁사는 묵인

여기에 입찰서류 확인과정에서 포스코이앤씨가 구비 서류 중 하나인 '공사도급계약서' 누락이 확인되었는데 신탁사가 페널티 없이 이 회사의 편의를 봐 주며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포스코이앤씨의 '공사도급계약서' 공란을 보고서도 뒤늦게 수기 작성을 허용한 것.

포스코이앤씨는 입찰서 접수 마감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직접 수기로 내용을 작성했고, 신탁사는 이에 대해 어떠한 점도 문제삼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신탁사를 낀 재건축 곳곳에서 미숙한 사업 운영에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안산주공6단지 사업시행자인 신탁사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해 신탁방식 무용론이 재차 고개를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산주공6단지 한 소유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 장점이 많다고 하는 신탁 방식을 선택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꼴을 보면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주변에서 신탁사에 대해 실망하고, 후회하는 소유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