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되찾은 '보문 명소, 추억의 케이블카'

벗겨지고 녹슬고...'반백년 소산' 흉물로 방치

대전시-중구, 책임 전가..."우리 소관 아냐"

과거 대전시민과 관광객들을 보문산으로 불러 모았던 '보문산 케이블카'가 중고시장을 떠돌다 어렵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고철덩어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보문산 케이블카 / 뉴스티앤티)
과거 대전시민과 관광객들을 보문산으로 불러 모았던 '보문산 케이블카'가 중고시장을 떠돌다 어렵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고철덩어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보문산 케이블카 / 뉴스티앤티)

과거 대전시민과 관광객들을 보문산으로 불러 모았던 '보문산 케이블카'가 중고시장을 떠돌다 어렵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고철덩어리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행정당국인 대전시와 중구가 서로 관리 소관을 미루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관광자원 관리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문화적 소산(所産)을 대하는 행정당국의 저급한 인식 수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68년부터 보문산을 오가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이 돼 준 케이블카는 일 평균 이용객이 5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대전 최대 테마파크 '그린랜드'와 야외수영장 '푸푸랜드'가 문을 닫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루 이용자가 10명 남짓으로 줄면서 적자가 지속됐고 결국 운행 37년 만인 지난 2005년 3월 운영이 중단됐다.

대전 중구는 주거환경개선을 목표로 지난 2020년 3월 케이블카를 2016만 원에 보상처리하고 그 부지인 대사동 203-5 일원 1272㎡(385평)에 공영주차장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카는 철거와 함께 처분됐다.

당시 주차장 공사 도급을 맡은 건설업체는 중구의 설계에 따라 케이블카를 고철로 매각하려 했으나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이 조경용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무상으로 넘겼다. 그러나 이 주민은 270만 원을 받고 골동품업자에게 케이블카를 팔았다. 

그렇게 케이블카는 인터넷 중고시장을 전전하다 한 중고매매 거래사이트에 2000만 원짜리 매물로 올라오기까지 했다.

문화적 소산을 소홀히 관리한다는 지적이 일자 대전시는 관광자원을 잘 보존해 달라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 2020년 6월 케이블카를 회수, 계룡육교 인근에 보관했다.

이후 2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보문산 관광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보문산 버스종점 인근에 조성한 데크광장에 케이블카를 전시했다.

 

보문산 케이블카 / 뉴스티앤티
보문산 케이블카 / 뉴스티앤티

'보문산 케이블카'는 이렇듯 어렵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정작 보존을 위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부서는 물론, 관련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특히, 케이블카는 전시 이후 1년간 기본적인 관리도 없이 방치돼, 내부는 물론 외부 곳곳의 도장이 벗겨져 녹이 슬고 흉물스럽게 변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L 씨는 "어느 날 뜬금 없이 케이블카를 갖다 놓더니, 1년 동안 저렇게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놨다"면서 "저걸 본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볼썽사나운 케이블카가 보문산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블카가 전시된 데크광장은 보문산 진입로인데다, 인근에는 유명 맛집과 대전아쿠아리움이 위치해 있다"면서 "케이블카 하나도 관리 못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보물산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도장이 벗겨지고 쓰레기가 나뒹구는 보문산 케이블카 내부 / 뉴스티앤티
도장이 벗겨지고 쓰레기가 나뒹구는 보문산 케이블카 내부 / 뉴스티앤티

한편, 대전시와 중구는 케이블카에 대한 관리 소관을 서로 미루는 등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개선 여부도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대전시가 수립한 '2030 대전공원녹지기본계획'에 따르면 녹지율이 50% 이상인 공원만 공원녹지과에서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포함한 해당 데크광장은 전체 면적의 60% 정도가 데크"라며 "녹지 비율이 현저히 부족해 공원녹지 기능을 수행하는 광장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우리 과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대전시 사무위임 조례에 따라 해당 데크광장과 같이 규모가 작은 시설은 자치구가 관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데크광장은 지난 2019년에 중구청으로부터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조성한 것으로 2021년 수립된 '2030 대전공원녹지기본계획'에 저촉될 수 없다"며 "허가도 '교통광장'이 아닌 '일반근린광장'으로 받았으므로 구청 공원녹지과로 인계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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