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분량 경쟁사 절반도 안 돼…부실 논란

하이앤드 주거브랜드 ‘오티에르’만의 특별한 설계라더니...대안설계 ‘어디로?’

‘780프로젝트’ 홍보하더니… 평당 공사비로 ’798만원 제시’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와 현대건설(디에이치) 제안서 비교. 사진 제공=소유주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와 현대건설(디에이치) 제안서 비교. 사진 제공=소유주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의 막이 오른 가운데, 포스코이앤씨가 무성의한 제안서를 제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안서 분량이 경쟁사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다, 설계사무소의 원안설계안을 그대로 반영하는데 그치는 등 한양아파트만을 위한 고민이 없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26일 본지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소유주들이 제보한 정보를 취합한 결과,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제안서의 분량이었다. 

양사 제안서 분량을 비교한 결과 현대건설의 제안서는 500페이지에 이르는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200페이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소유주들 사이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성의없는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 오티에르만의 특별한 설계라더니…설계사 원안이 특별한 설계? 

포스코이앤씨는 설계적인 측면에서도 논란을 키웠다. 현대건설이 원안설계와 대안설계 두 가지 안의 평당 공사비를 다르게 제시한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같은 공사비를 제시해 설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 사진 제공=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 사진 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THE H YEOUIDO 1st)’를 제안했다. 

특히 한양아파트 오피스텔 전 세대에 현대인의 주거 트렌드에 부합하는 복층형 설계와 프라이빗 테라스를 도입하는 등 여의도 최초 '하이퍼엔드' 특화상품을 제안했다.

여의도에 최고급 단지를 구현해 상품 가치를 극대화해 일반분양 수익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유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현대건설은 강조했다.

현대건설이 언론에 한양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각오를 다진 다음날인 21일 포스코이앤씨도 '오티에르' 적용을 골자로 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맞통풍 구조로 전세대가 한강조망이 가능하도록 3면 개방 구조를 제안했고, 입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전 세대별 전용 엘리베이터와 최상급 유럽산 마감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 사진 제공=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 사진 제공=포스코이앤씨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포스코이앤씨가 고급화 전략으로 내세웠다고 밝힌 고급화 전략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설계사로 선정된 해안건축이 원안설계에 제안한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했다.

원안설계에서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해안건축이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고급화 전략이라고 주장한 것.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티에르만의 특별한 설계가 존재하는 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도 생겨나고 있다. 

◆ ‘780프로젝트’ 앞세워 홍보하더니… 평당 공사비로 798만원 제시 

갑자기 올려버린 공사비도 문제다. 포스코이앤씨는 그간 평당 공사비 780만원을 앞세워 ‘780프로젝트’를 사업명으로 지칭하며 여의도 한양아파트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보도자료에서 포스코이앤씨는 기존 약속했던 금액보다 높은 798만원을 평당 공사비로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780프로젝트’를 홍보하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군 건설사의 평당 공사비가 900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앞세워 소유주들을 현혹했지만, 막상 제안서를 열어보니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평당 824만원으로 밝혀져 포스코이앤씨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결국 상대적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평당 공사비에서의 차이가 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면적 차이에 대한 언급 없이 총공사비만, 그것도 회사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강조하며 무리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소유주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유주는 “포스코이앤씨가 ‘780프로젝트’를 앞세워 홍보를 해왔던 만큼 내심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막상 입찰제안서에는 평당 공사비로 798만원을 제시해 몇 달째 말해왔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안서 분량이 현대건설의 반도 안된다는 점에서 더 큰 실망을 했다"며 "포스코이앤씨가 우리 단지를 수주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 성의없는 태도로 외면받은 안양 관양현대 수주전 '롯데건설' 반면교사 삼아야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포스코이앤씨의 성의 없는 제안서가 결국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의 롯데건설 사례처럼 뼈아픈 패배를 안겨다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파트 외관 및 스카이브릿지 이미지. 좌측이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시한 조감도이고 우측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수주전 당시 조합에 제시한 조감도이다. 사진 제공=업계
아파트 외관 및 스카이브릿지 이미지. 좌측이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시한 조감도이고 우측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수주전 당시 조합에 제시한 조감도이다. 사진 제공=업계

앞서 지난해 2월 치러진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다. 

그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진행된 수주전이라 롯데건설의 승리가 힘을 얻었으나 롯데의 무성의한 자세에 조합원들은 HDC현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롯데건설은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입찰에 참여하면서, 2020년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수주전 때 사용된 설계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는 '표절' 시비가 발생했다. 

롯데건설이 배포한 브로슈어에 등장한 관양현대아파트와 부산 대연8구역의 외관이 매우 유사해, 디자인만 비교하면 어느 현장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롯데건설이 다급히 입찰을 준비하면서 미리 설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조합원들은 롯데건설을 외면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한양아파트보다 공작아파트에 더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만큼 한양아파트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경쟁사의 제안서를 분석하며 전략을 파악하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11월 20일로 예정된 공작아파트 2차 입찰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환경 정화 활동을 하는 등 한양아파트를 수주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현대건설과 달리 포스코이앤씨는 한양아파트뿐만 아니라 공작아파트에도 관심이 크다고 꾸준히 정보를 흘렸던 만큼, 공작아파트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차 입찰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한양아파트에서 실패한 전략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공작아파트 2차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비사업 대상 단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른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의 단지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다음달 29일 조합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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