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1

"물질적 지원 아니더라도 공신력 있는 커뮤니티 있었으면"

우리 사회 청년들은 21세기 끝없는 불황과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며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은 물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린다.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우울 등 청년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미비하고 사회적 관심은 아직도 남의 집 일일뿐이다. 

청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청년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것으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뉴스티앤티는 고충을 토로하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와 현주소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박상원 씨(오른쪽)가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뉴스티앤티
박상원 씨(오른쪽)가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뉴스티앤티

"가족을 돌보느라 제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 없어요"

홀어머니와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박상원 씨(28)는 오늘도 부족한 시간으로 고심이 크다. 

적은 시간을 쪼개 단기 알바 등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금전적 여유를 갖기에는 부족하다. 

상원 씨는 만성적인 질병, 장애, 정신적 문제, 알코올·약물 등 의존을 가진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 이른바 '가족돌봄청년'이다. 

그의 어머니는 심한 허리 디스크로 근로불가 판정을 받았고, 두 동생은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엔 나이가 아직 어리다. 

그는 최근 가족들이 정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독립했지만 기초수급비에만 의존해야하는 세 모자는 여전히 생활고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원 씨는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인 직장을 잡기도 어렵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근무 중에도 가족들 걱정으로 업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시간의 총량은 정해져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앞 길만 신경 쓰면 되는데 저는 그렇지 못해요"라고 하소연했다.

또, 청년들이 필요한 지원정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 주변에도 저처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들이 많지만, 정작 청년 지원 정책이나 정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꼭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전문 인력이 투입된 공신력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주변에서 좋은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이런 정책이 있으니 신청해보라고 알려주시고,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상원 씨가 단기 알바에 출근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티앤티

조명아 영케어러 자조모임 n인분 정책위원장은 "상원 씨는 다른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과 달리 자신의 상황을 외부에 많이 공개했다"며 "그 덕분에 주변 친구, 어른들로부터 심리적 도움을 많이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이 개인이나 가정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한다면 청년 은둔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으로 희망돌봄시간(14.3시간)에 비해 7.3시간 더 길게 돌보고 있었으며,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이었다. 

삶에 대한 불만족도는 일반 청년 대비 2배 이상,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한 복지서비스로는 ▲생계 ▲의료 ▲휴식 지원 ▲문화·여가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금전적 지원 보다 심리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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