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2

'기초생활보장의 역설'…일해도 실제 소득 안 늘어

월 100만원 정도 받는데…30만원 수입 생기면 21만원 포기해야

우리 사회 청년들은 21세기 끝없는 불황과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며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은 물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린다.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우울 등 청년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미비하고 사회적 관심은 아직도 남의 집 일일뿐이다. 

청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청년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것으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뉴스티앤티는 고충을 토로하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와 현주소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조소희 양이 등교하기 위해 도시철도입구로 걸어가고 있다. 20살인 그는 학업, 돌봄, 근로를 병행하고 있다. / 뉴스티앤티
조소희 양이 등교하기 위해 도시철도입구로 걸어가고 있다. 올해로 20살인 그는 학업, 돌봄, 근로를 병행하고 있다. / 뉴스티앤티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한 부모 가정의 조소희 양(가명, 20)은 홀로 편찮으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투병했던 사르코 마이투스병과 다발신경병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팔·다리 근육 등이 쇠약해 집안일은 물론, 구직도 쉽지 않다.

때문에 가족 생계 유지를 위해선 대학생인 소희 양의 근로가 필수적이다.

소희 양은 "몇 해 전 병환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조부모님도 제가 돌봐드렸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택배, 물류 등 각종 단기 알바는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가족돌봄청년인 소희 양은 2인 가구 기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와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넉넉지 않은 보조금 탓에 밤낮으로 구직 사이트를 뒤져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괜찮은 일자리는 4대 보험이 가입된 근로자를 바라는데 소희 양은 보험 가입에 따른 소득 노출이 어렵다.

초과 소득이 집계되면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되거나 보조금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100만원 정도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 30만원만 벌어도 21만원 정도가 삭감돼요. 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수급비가 줄어들어요"라고 토로했다.

4대 보험이 적용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소희 양은 소득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인력시장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부 사업주들은 이 같은 그의 상황을 악용해 부당 대우를 일삼는다고 한다.

소희 양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월급을 제때 안 주는 경우도 허다해요. 4대 보험 적용도 안되다 보니 다쳐도 병원비는 모두 사비로 부담해야 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빈곤을 탈출하고 싶지만 돈을 벌면 그만큼 지원금을 못 받아요.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조소희 양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당근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상용화된 구직 사이트에서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뉴스티앤티
조소희 양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당근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상용화된 구직 사이트에서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뉴스티앤티

한편, 취약계층이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수많은 공무원과 관공서에 자신의 취약함을 서류와 말로 증명해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의 복지정책은 수급자의 '삶의 조건'보다는 '취약함'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지원 정책들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취약한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 수급자들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설프게 돈을 벌었다가는 수급자 자격이 박탈당하거나 보조금이 삭감되는 구조다.

우수정 대전내일청년센터장은 "긴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책이 시행되는 게 올바른 시책"이라며 "복지사각지대 청년들을 위해 수혜자 중심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조명아 영케어러 자조모임 n인분 정책위원장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영케어러 등 취약계층은 1차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전히 복지 서비스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비정규, 비정기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