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발행인 / 뉴스티앤티

문재인 대통령이 14일까지 연이어 청와대 참모진을 새로 짜고 있다. 젊고 개혁적이라는 결정을 넘어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중에는 충남 홍성 출신의 59살인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이 최고 연장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부분이 50대 초·중반이다.

청와대는 이들을 발탁한 이유가 모두 전문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을 이해하고 수행할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한 전략기획 전문가, 시민운동가, 소통전문가, 도시정책 전문가라는 발탁 배경이라고 청와대는 덧붙인다. 일단 과거 정권들이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 앉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언론들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친문(친 문재인)계를 배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거 상도동계니, 동교동계니, 친이계니, 친박계니 하며 채운 정권들의 집권 초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 정권 아래 일부 인물 중에는 능력이나 자질보다 대선의 기여도나, 지역과 계파 등이 고려돼 막중한 자리에 발탁된 케이스가 수두룩했다.

과거 정권에서는 산적한 국가현안과 민생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적임자가 맡아 일해야 할 자리에 비전문가들이 판을 쳤다. 능력은 뒷전이고, 줄만 잘 서면 눈에 등용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당내 중간 보스들의 입김이 작용해 추천된 비선실세들이 청와대 참모진에 두루 기용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1주일이 다 된다. 요 며칠 문 대통령이 국민과 간격을 좁히고, 눈높이를 하려는 자세는 과거 대통령들과 크게 다르다. 취임 당일부터 스스럼없는 모습은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TV에 비친 문 대통령과 신임 참모진들과의 격의 없는 모습이라든가, 각국 정상들과 당당한 외교 자세, 일자리 등에 대한 현안 청취 등은 달라 보인다.

그 중에도 총리후보자 내정과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몇몇 인사를 보면 과거와 다름을 감지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발탁과,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전 국회부의장 박병석 의원을 중국 정상들의 일대일로 특사로 보내는 일 이라든가는 새로운 변신들이다.

어찌 됐던 문 대통령의 개혁과 국정에 공감하며 제대로 보좌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사들이 발탁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일부 진보적 언론에서는 이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 비선실세가 우글대던 때와 다른 까닭이다. 대체로 젊고 생각이 고루하지 않은 인물들이 기용된다고 점수를 매기고 있다.

문제는 집권 초의 대통령 모습, 내각과 참모진들의 자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국정을 보좌하면서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을 때 참된 조언과 직언을 할 수 있는 내각과 참모들의 모습이 처음과 끝이 같아야 한다.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사람만 쓰고 비선실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나랏꼴이 엉망이된 역대 정권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알다시피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야 하는 내각과 달리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이 편하게 말할 사람들, 오직 충성심만 있는 사람들을 쓰다가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과 착오에도 직언을 소홀히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은 되지 않겠다"는 표명은 가볍지 않다. 꼭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무능함은 오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잘못을 직언하지 않고, 비뚤어진 국정을 뼈아프게 지적하지 않은 참모진에게도 적지 않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 간의 시스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각은 총리를 중심으로 연대책임을 지고 각 부처는 장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역대 정권도 표현방식만 달랐지 모두 같은 정부 운영을 이런 식으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 각 부처는 청와대의 눈치를 않볼 수 없게 됐다. 예전의 정권들도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제시한 책임장관제를 들먹였지만, 뜻처럼 되질 않았다. 거기에는 막강한 힘을 가진 청와대 비서실이 걸림돌이 됐다. 예컨대 부처에서 정책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때, 청와대 관련 수석실에서 제동을 건다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각 정권 때마다 청와대와 각 부처가 심한 갈등을 빚은 예가 한두 번인가. 특정사안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총장이 부딪혀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이 옷을 벗은 예가 있다. 또한, 청와대와 부처가 정책 현안이나 대통령 공약을 놓고 입장만 고집하다가 장관이 물러나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 다 이런 이유다. 말만 양측이 협력이지 대통령비서실이 각 부처를 지시·감독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3실 10수석실에서 4실 8수석 2보좌관 체제로 직제를 바꿨다. 청와대의 인원도 22명에서 43명으로 늘렸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비대해진 청와대가 부처에 대한 간섭 유혹을 끊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청와대는 정부를 좌지우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직이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문 대통령의 약속처럼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는데 그쳐야 한다. 그것이 ‘청와대와 정부 간의 정책 조율’이라는 이름의 부처에 대한 간섭이 관행이었다면 이제 바꿔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 실무 보좌에 집중하는 조직에 머물러야 한다. 그림자 보좌라는 이름처럼 말이다. 과거 정부처럼 국정 전면에 나서는 일은 곤란하다. 국정이 청와대 비서실 중심이 아니라, 각 부처 장관 중심으로 옮겨야 국민이 기대하는 청와대로 변신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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