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가 가진 걸 즐기는 것   

다음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은? 
(1)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사람
(2)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사람
(3)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는 사람
(4)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

1번 말고 다른 답을 한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돈과 시간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의 정의는 각자 다르다. 1번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부러운 사람'이거나 '나의 목표'일 수 있다.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3번 아니면 4번이다. 1번은 아주 극소수이며, 2번도 그리 많지 않다. 3번과 4번이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는 이유는 1번을 향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면 행복할까? 다른 사람에 비해 행복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여건을 모두 갖췄으니 취미생활도 즐기고, 해외여행에도 제약이 없다. 
시간이 많으니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돈이 많으니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할 수 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 이렇게 사는 선배가 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부럽고 행복한 사람이다.

반대로 어제 먹은 술이 깨지 않아 아침 늦게 일어나 해장하고, 호텔 사우나 갔다가 골프 치고, 다시 저녁에 술집을 순회하는 1번도 알고 있다. 이 사람이 부럽다거나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본인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복권에 당첨됐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모여서 복권 당첨자들을 찾아가 조언해주는 모임도 있으니 '돈 많고, 시간 많은 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요즘 한 연예인의 가정사에 얽힌 뉴스를 보면서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부모 자식의 관계, 형제간의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겠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다. 

형제간이라도 돈거래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친한 친구도 마찬가지다. 돈은 '요물'이다. 아무리 견고한 성이라도 하루아침에 허물어버리는 힘이 있다. 가족의 해체나 친구의 의절은 순식간이다. 

확실한 계약서나 차용증을 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빌려주지 말고 그냥 주는 게 낫다. 그래야 둘 중 하나는 잃지 않을 수 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건 최악이다. 

돈에 관한 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성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를 소개한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나 역시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복권 당첨되게 해주세요' 같은 기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미국의 유명 배우 짐 캐리가 주연한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주인공이 임시로 하나님이 됐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한 코미디 영화다. 

전 세계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에 진절머리가 난 주인공이 모든 기도에 '예스'라고 답한다. 그 순간 복권 1등에 당첨된 수백만 명이 환호했는데 1등 당첨금은 고작 17달러다. 코미디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지 풍자한 내용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필요하다. 젊었을 때 힘을 다해 돈을 버는 이유는 현재든 미래든 나와 내 가족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돈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란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많이 가졌다고 무조건 행복한 게 아니고,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행복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행복이 얼마나 지속될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내가 원하는 걸 얻는 게 행복이 아니라 내가 가진 걸 즐기는 게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오직 필요한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 그리고 즐겨라.

 

손장환 작가
손장환 작가

손장환 작가 : 경동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
전 중앙일보 체육부장.부국장, jtbc 문화스포츠부장, 중앙북스 상무.
현 출판사 LiSa 대표.
저서로 부부 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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