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치 넘는 장력 편차… '구조적 위험 신호'
울산·진안 출렁다리와 '극명한 대조'
시공사 선정 과정 뇌물수수 제보… 지역 사회 '철저 수사 필요'
건설 관계자 '정밀안전진단' 필요 한목소리

가을이 깊어 가는 충남 금산 원골. 월영산 출렁다리 위를 건너는 관광객들은 '스릴'을 즐기지만, 그 아래로 스며드는 강바람은 묘한 불안감을 안긴다. 기자의 시선은 관광객의 웃음보다 다리 서북쪽 끝단 부엉이산의 불균등한 구조물에 머문다.
금산 월영산 출렁다리는 준공 후, 본지 연속 보도로 일부 부실시공에 대해 보강이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구조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금산군은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수억 원대 금전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불안정한 앵커리지 장력… '구조적 위험 신호'
기자가 입수한 기술 자료에 따르면, 월영산 출렁다리(총길이 275m) 서북쪽 끝단의 영구 앵커리지(고정장치) 22개의 인장력이 최대 두 배(35~70톤)에 달하는 심각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산군 기술직 공직자와 건설 관계자들은 "장력 불균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하중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고, 피로 누적으로 돌발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또 있다. 지하 14m 앵커리지에 연결된 콘크리트 구조물 돌출부에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는 '지렛대형' 구조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케이블이 당겨질 때 수평 인장력이 아닌 상단으로 들어 올리는 힘이 작용해 구조물에 큰 부담을 준다. 이는 전국 대부분 출렁다리의 설계 방식과 다른 형태다.
"한 건설 관계자는 '(기둥이 케이블을 단단히 붙잡아주는)주탑이 없는 상태에서 앵커별 인장력 편차가 크고, 또 앵커가 (지반이 상대적으로 무른) 풍화암에 정착됐다면, 장기적으로 앵커가 지반에서 뽑히는 '인발(引拔)' 현상과 구조물이 넘어가는 '전도' 위험이 있다'며 '정밀안전진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울산·진안 출렁다리와의 ‘극명한 차이’
타 지역 사례는 금산 출렁다리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울산 대왕암 출렁다리(303m)는 양 끝단에 10m 깊이의 콘크리트 덩어리(매스)를 묻어 1차로 고정하고, 그 아래 단단한 암반층 30m까지 앵커리지를 추가로 박아 105톤의 균등한 장력을 확보했다.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 출렁다리(202m)는 케이블을 높이 들어 올려 무게를 분산시키는 주탑을 세워, 127톤의 강력한 인장력을 확보하며 안정성을 높였다.


■ 시공사 선정 과정에 ‘5억 원대 금전거래 제보’
복수의 제보자는 본보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5억 원대 금전이 오간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인물까지 언급했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사법기관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금산군은 관광객 유치 실적만 강조하고 정작 안전엔 소홀하다"며 "이제 금전 의혹까지 나오니 신뢰가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의 침묵 아닌 '원칙적 대응'
국토교통부 '출렁다리 설계 가이드라인(2021년, 20쪽)'에 따르면, 금산 출렁다리는 일부 설계기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 토목 전문가는 "현수교 형태의 보행교에서 영구 앵커리지는 반드시 경암(단단한 암반)까지 닿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원골 지역개발위원장 A씨는 "타 지역 출렁다리를 다녀오니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금산 출렁다리는 불안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조적 위험성과 금전 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금산군은 더 이상 '안전에 이상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군민과 관광객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미온적 대응으로 안전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은 군(郡) 행정과 책임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