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 시인

김장
부정을 멀리하기 위해
방이며 부엌이며 청소를 한다
아내는 김장을 하기 전에
마음부터 씻는다
배추며 무며
파를 쌓아 놓고
허리를 폈다 손을 뻗었다 하며
속 좋은 알맹이를 위해
보기 싫고 누더기 같은 삶을 솎아낸다
시인의 아내는
김장을 하는 것도
꼭 시를 다듬듯이 한다
속이 하얀 서사시와
속이 빨간 서정시를 두루
다룰 줄 아는 아내는
절차탁마의 대가다
- 박봉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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