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에 따라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대안신당으로 구성된 이른바 ‘4+1 협의체’에서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잠정 합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 선거구 축소를 막기 위한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내년 21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라는 규정에 따라 2019년 1월 31일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아 인구 하한선 13만 8204명에 미달할 경우 해당 선거구는 통폐합 대상이 된다. 이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부산 남을, 경기 광명갑, 강원 속초·고성·양양, 전북 익산갑, 전남 여수갑,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등 모두 6곳이 통폐합 대상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잠정 합의된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을 적용하게 되면, 내년 21대 총선에서 전북 익산갑과 전남 여수갑과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아진다. 공교롭게도 이른바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당 중 정의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정당 모두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당들이니 호남 의석 지키기라는 비판과 ‘대한민국이 호남공화국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대전광역시의 인구는 1,480,520명이고, 광주광역시의 인구는 1,459,438명이다. 그런데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대전의 국회의원 수는 7명이고, 광주의 국회의원 수는 8명이라는 사실은 뼛속까지 충청인으로서 매우 기분이 상하는 일이다. 대전의 경우 지난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의 국회의원 수는 6명이었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유성구가 갑을 지역으로 분구되면서 간신히 7명의 국회의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광주의 의석수 증가를 살펴보면,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전보다 유권자 수가 43,472명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가 1석 늘어난 7석이 되더니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대전보다 유권자 수가 66,906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국회의원 의석수가 1석 늘어난 8석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8석의 의석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광주는 대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인구에서도 의석수를 늘린 것을 감안하면, 광주보다 많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를 늘리지 못한 것은 소위 거물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는 대전 정치인들의 정치력 문제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1925년 인구 통계가 시작된 이후 88년 만인 2013년 5월 충청권 인구는 525만 136명을 기록하면서 최초로 호남권 인구 524만 9,728명을 408명 추월하며 바야흐로 ‘영충호시대’를 맞이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말만 ‘영충호시대’지 충청은 아직도 중앙정치권의 변방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호남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의석수 사수를 위해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을 적용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충청 정치인들도 인구비례에 따른 국회의원 의석수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충청권에도 7선으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세종) 의원을 비롯하여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5선의 더불어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 그리고 여야에 4선 의원이 5명이나 포진해 있다. 이들이 다선 의원임을 자랑하려면, 기본적으로 인구비례에 따른 충청권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해주는 것이 의무요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21대 총선에서 당선되는 충청권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인구비례에 따른 충청권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말 뿐이 아닌 ‘영충호시대‘와 ‘충청공화국‘이 도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이면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이다. 내년 21대 총선에서 충청권 국회의원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충청공화국‘ 도래를 위한 밀알이 되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리며, 타 지역 사람들로부터 ‘대한민국이 충청공화국이냐‘는 비판을 받는 날이 조속히 도래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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