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유치경쟁, 네이버 이후를 대비하자
기업체 유치경쟁, 네이버 이후를 대비하자
  • 손규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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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성(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이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AI)”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대중 대통령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조언해줘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하자, 이렇게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손 회장은 아직 성패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인터넷쇼핑몰 업체인 쿠팡에 30억 달러(3조 3600억 원)를 투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 연구개발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 분야가 앞으로의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과 다름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반기술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주된 흐름이 빅데이터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먹거리는 AI의 성장여부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전시의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유치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네이버는 지난 25일 데이터센터 건립지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세종시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둔곡지구를 제시했던 대전시는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아쉽게 탈락했다. 이로써 대전시는 올 들어 국책사업이든, 민간사업이든 모든 공모유치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한 수모를 당했다.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는 대전시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난하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와 AI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집약체로 보고 있어 이런 평가가 나왔을 것이다. 특히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난 인프라를 가진 대전의 유치실패는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비록 실패했지만, 대전시가 이번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과정에서 얻은 보이지 않는 성과도 있어 꼭 비난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국책사업 공모가 아닌 민간기업 유치 경쟁을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간은 특정 기업이 제안한 사업에 대한 적절성과 타당성 검토 수준에 머물렀지만, 민간기업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그 속마음을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업은 입지를 결정할 때 주변 환경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부지의 성격과 가격 등을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한다.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크게 따지는 것이다. 같은 환경 등 인프라를 가진 곳이라면 원형지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으뜸으로 여긴다. 국토부 차관 출신인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를 파악하고, 미개발지를 후보지로 제시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우선협상자 선정을 가르는 전적인 기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이 거의 단지조성이 완료돼 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둔곡지구를 제공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앞으로 민간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새겨둬야 할 대목이다.

대전시가 지역경제를 위해 필요한 기업이라면 관련기관과 한 팀을 이뤄 총력대응 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데이터센터는 쌓이는 데이터 등의 활용을 위해 인공지능 등의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 최종 목표달성을 위해 국가나 공공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즉 대덕특구의 카이스트나 전자통신연구원 등 관련 공공기관의 인프라와의 공동연구 등이 요구된다. 이들 기관과의 MOU나 협약을 통해 한 팀을 꾸린 뒤 공동연구 기반을 마련해 주는 방안을 기업에 제시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종시는 연구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테마공원을 조성하기로 하는 한편, LH, 행정중심도시건설청, 한전 등 관련기관과 함께 기획단을 꾸려 대처했다. 막강한 인력풀과 연구 역량을 보유한 대전을 후순위로 밀어낼 만큼 매력적인 유인책이었다.

이번 유치경쟁에서의 실패를 놓고 대전시를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격려해주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시는 이번 공모에서 둔곡지구 일원(15만1000m²)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완공을 앞둔 둔곡지구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데이터, AI 거점지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시화한 것이다. 사실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선포해 놓고 있지만, 그 기반기술을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유치경쟁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이슈 가운데 큰 흐름을 타고 있는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둔곡지구가 완공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도 일부 산업·연구용지가 분양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미 있는 미래상을 제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정부 스스로 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 자임했다.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 2019’ 행사에 참석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부족함을 보완하여 더욱 완전해지려는 인류의 꿈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인공지능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4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강조처럼 대전시의 AI육성 계획은 그 단초가 될 데이터센터의 유치 실패쯤으로 중단될 수 없는, 새로운 문명의 발상지로의 도약선언과 다름없다. 이 점이 바로 데이터센터 유치 실패에도 비난보다 격려를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이번 기회에 유치경쟁을 위해 급히 만든 육성계획이라면 차분한 상태에서 보다 정교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새 문명 출현에 동참하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세종시에 입주할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등과 지리적 연계성과 대덕특구의 연구역량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들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실패를 발판으로 제2 제3의 비즈니스모델을 위해 잠재역량을 키운다면, 대전이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기반기술이 복합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활용한 스마트 도시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당연히 스타트업 2000개 육성 등의 산업적 효과, 일자리 창출 기회도 마련된다. 

손정의 회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로 발돋움 했다. 그동안의 미래에 대한 그의 통찰력으로 볼 때 AI 분야 등에 대한 대전시의 육성계획도 늦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세밀한 설계와 맞춤식 추진력으로 새로운 문명 창출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어쨌든 대전은 국내 최고의 첨단기술 보유도시로서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2019. 10. 30.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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