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현대건설·GS건설에 각각 경고공문 발송

현대는 활동중지…GS에 경고공문 남발, 입찰무산 유도

조합 입맛 맞는 시공사 선정 추진 의혹

노량진1구역 조감도. /동작구청 제공
노량진1구역 조감도. /동작구청 제공

올해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 노량진1구역에서 '꼼수 유찰' 의혹이 불거졌다. 조합이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수주의지가 강한 건설사들을 고의로 배제하고, 유찰을 유도해 수의계약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워낙 책정된 공사비가 낮은데다 최근 조합장 임기만료가 임박하여 새 국면을 맞게 될 상황이라 무리한 시공사 선정절차를 강행하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이날 마감한 시공사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단 1곳도 없어 유찰됐다. 지난 9월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과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등 총 7개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던 것과는 대조된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가장 큰 유찰 원인으로 조합이 제시한 낮은 공사비를 꼽는다. 조합은 (3.3 ㎡)당 730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했는데, 이는 입지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용산구 한남2구역의 1년전 (22년 7월 입찰공고 기준) 평당 공사비인 77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찰 불참 이유에 대해 "건설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공사에 부담되는 조건들이 많았다"며 "추후 재공고와 진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서 재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일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조합 측이 다른 건설사들에는 배타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강력한 수주의지를 내비친 GS건설은 최근 '시공사 선정 홍보규정' 위반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경고공문을 받고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위반사항이 3회 이상이면 공공관리자로부터 승인받은 '노량진1촉진구역 시공자 선정계획서'에 의거해 입찰 자격이 박탈되며,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 

GS건설 관계자는 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입찰제안서 작성은 모두 마무리했으나, 조합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와서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입찰자격 박탈과 보증금 몰수 위험을 감수하고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합 측의 경고로 입찰을 포기한 건설사는 GS건설뿐만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두 차례 구두경고와 경고공문을 받고 조합사무실과 구역 내 출입을 금지당했다. 2021년 당시 현대건설이 받은 공문에는 "조합집행부가 특정시공사를 염두에 두고 시공자 홍보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등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임원들간 불신과 반목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담겼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이 GS건설에 보낸 경고공문 일부 / 조합 제공

조합 측이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다른 건설사들은 일부러 입찰이 어렵도록 책을 잡고, 특정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 수의계약을 맺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르는 이유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상 경쟁 입찰이 두 번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특정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다만, 노량진1구역 사업 조건이 크게 유리하지 않은데다 조합정상화위원회(비대위)가 이미 조합장과 임원진에 대한 해임발의를 완료해 총회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행태가 계속될 경우 그 피해는 선량한 조합원들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조합 측은 내년 1월 신규 집행부 구성을 위한 총회를 별도로 개최할 예정이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내년에는 서울시 조례개정을 통한 조기 시공자 선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 서울 시내 알짜 사업장이 최소 30~40곳 이상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는 노량진1구역이 서남권 최대어로 낮은 공사비에도 건설사들이 눈독들이고 있지만, 분위기는 금세 뒤바뀔 수 있다"며 "신속하게 공정한 입찰을 재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동작구 노량진·대방동 일대(73만 8000㎡) 8개 구역을 재개발하는 노량진뉴타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지다. 공사규모는 최고 33층 28개동 2992가구이며, 총 공사비만 1조926억원에 달한다. 위치 역시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도보 5분 거리로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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